중소기업에서 마주하게 되는 비교의 불행
A라는 직원이 있다. 취업이 안 되어 하루하루를 가시방석처럼 생활하다가 운이 좋게도 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게 된다. 일할 곳이 있다는 것과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 속에 차 있던 그. 우연찮게 SNS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친구가 자기보다 연봉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다. 그리고 그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행복감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끊임없이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불평 불만으로 가득한 삶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말라는 명언은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하루종일 읽어도 부족할 정도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외쳐온 진리이다. 종교에서도 철학에서도 행복학에서도 "주변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해가면서 생활하고 있다.
"30대 중반 연봉 000만원인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요?"
"이번에 차 사려고 하는데, 이 나이에 준중형차 사도 괜찮을까요?"
"결혼하려는 사람이 이러한 조건인데, 상위 몇% 정도일까요?"
인터넷만 봐도 이런 글들은 수도 없이 가득하고, 유튜브에서도 끊임없이 이러한 소재들은 자극적으로 쏟아져나온다. 심지어는 지갑계급도, 시계계급도 따위의 물질적인 것들의 서열을 매겨놓고, 그 서열의 상위권을 내가 소비하고 있음에 안도감 또는 불행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이다.
나 역시도 그러하다. 입시경쟁에서 끊임없이 뒤쳐지지 않게 공부를 하는 삶을 살아왔기에 언제나 나의 머리 속에는 과거의 나보다, 지금 경쟁하고 있는 그들이 더 우선적으로 떠올랐다. "전교 5등인 내가 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교 1등인 그 친구는 공부를 하고 있겠지. 게을러지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왔기에 그 삶의 관성은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대기업에서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겠지. 내가 이렇게 작은 일을 하고 있는 사이에 변호사가 된 친구는 더 큰 일을 사회에서 담당하고 있겠지. 따위의 생각들이 나를 갉아먹으며 중소기업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점점 초라하게 만들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다만 자신에게 지금 부여된 길을 한결같이 똑바로 나아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의 길과 비교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헤르만 헤세는 남긴 바 있다. "자신에게 지금 부여된 이 길"이라는 것을 운명론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 나에게 부여된 하나의 소명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길이 나에게 주어진 길이며 나는 그 길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모습이다 라는 생각.
그러나 많은 이들은 아직도 나에게 주어진 이 길보다 다른 사람들의 길을 더 탐낸다. 남들처럼 오마카세를 먹고 싶어하고, 남들처럼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하고, 남들처럼 해외여행을 가면서 내가 지향하는 삶이 아닌 타인이 지향하는 삶을 내가 살아간다. 그렇게 끊임없이 타인의 부러움의 대상으로서의 내가 되고 싶어한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꽤 많은 순간들은 이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어디 다녀요?"라고 이야기를 할 때 말을 해도 상대가 못 알아듣는다거나, "연봉이 얼마야?"라고 친구가 물어볼 때 조금은 적은 연봉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그런 순간들. 그 순간들에 이 직장이 타인이 보기에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이탈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이 생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나아가는 길에 이 중소기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도움이 된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 회사와 함께 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쩌면 중소기업에서 갈고 닦는 시간들이 진정한 나로 향할 수 있는 빠른 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나는 나 아닌 어느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