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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 있는 Sep 29. 2021

막걸리와 시

막걸리와 시  



막걸리가 좋아지던 무렵, 시를 읽었다.     


노란 양은그릇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면

뽀얗고 구수한 한 자락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살살살 가슴을 어루만져주었다.

바짝 맺어진 멍울이

스르륵 풀리면 잠이 들었다.  

   

시가 막걸리처럼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다.

시의 호흡이 적막하고 무례해서

인생을 아는 척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막걸리가 입안에 착 감기던 날

웅덩이에 이 빠진 미꾸라지를 길어올리듯

축 처진 시집을 꺼내 들었다.     


시를 읽을 때마다

튕겨졌던 언어들이

맘속에 고이기 시작했다.

발끝으로 힘을 모아 살금살금 다가와

발가벗겨진 몸에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쏟아부었다.


끝나지 않기를.

끝나지 않기를.

바닥에 주저앉아 가만가만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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