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olar Panel Phone and Sun Lamp Loan
다트머스의 겨울이 암울한 이유 중 하나는 해가 정말 짧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일조량과 자살률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힌 연구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북유럽은 해가 짧아서 우울증 환자도 많고, 자살률도 높다는 것이다. 다트머스에서 한 번 겨울을 나 보면, 그 이야기가 퍽 신빙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해노버에서는 겨울이면 해가 오전 7시 반에 떠서 오후 4시 반(!)이면 진다. 뿐만 아니라, 해가 떠있는 중에도 날이 흐려 햇살을 듬뿍 받을 수가 없다. 다트머스 학생들이 맑고 쨍쨍한 날이면 너나 할 것 없이 그린에 나와 앉아 책을 읽고, 수다를 떨며 선탠을 하는 것은 다 광합성 부족(?)에서 온 부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음 두 가지 일화는 다트머스의 겨울 일조량 부족 현상의 심각성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1) 대체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앨리안은 다트머스 입학 당시에 삼성에서 출시한 “블루 어스(Blue Earth)”라는 태양열 충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핸드폰 뒤에 태양광 충전 패널이 달려있어, 충전기에 꽂지 않아도 창가에 두면 저절로 충전이 되는 핸드폰이라, 핸드폰 충전기를 들고 다니지 않던 앨리안은 겨울이 되자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다. 햇빛이 드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도저히 핸드폰을 충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태양광 충전 패널이 완전히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그녀는 방을 샅샅이 뒤져 예비용으로 가지고 있던 전기 충전기를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첫 해 겨울을 버틴 앨리안은 결국 2학년 겨울 무렵 태양광 충전 핸드폰을 포기하고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했다고 한다.
(2) 매년 겨울이면 학교 보건소인 딕스 하우스 (Dick’s House)에서 단체 이메일을 돌린다. 일조량이 부족해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요즘 기분이 부쩍 울적한 학생들은 딕스 하우스에 들러 무료로 썬램프를 빌려가는 내용이다. 썬램프란, 햇빛과 성질의 빛을 내도록 인공적으로 제작된 램프인데, 햇빛과 비슷한 가시광선 파장 범위와 고른 전파장 분포를 가지고 있어 햇빛을 쬐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방에 썬램프 두면 우울한 해노버의 겨울이 갑자기 행복해지냐?”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블릿츠를 보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나는 부쩍 우울하던 차에 어차피 공짜이니 손해 볼 것 없겠다 싶어 딕스 하우스에 들러 썬램프를 하나 받아왔다. 썬램프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느 해에는 딕스 하우스에 준비된 썬램프의 수량이 다 떨어져 대여를 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니 우울한 겨울을 깡촌에서 보내며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자 하는 심정의 다트머스 학생들이 꽤나 많았던 것 같다.
Written by Hay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