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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21. 2021

혹한기 Vol 3.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treme Ways to Enjoy Dartmouth Winter

(1) 북극곰처럼 얼음을 깨고 수영하다

때로는 영하 20도까지도 떨어지는 다트머스의 혹한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 중 하나는 폴라베어 스위밍 (Polar Bear Swimming)이다. 다트머스의 겨울 축제인 윈터 카니발 기간에 펼쳐지는 이 행사는, 꽁꽁 얼어있는 오콤 연못(Occom Pond) 한 가운데를 깨서 구멍을 낸 후 마치 북극곰이 수영을 하듯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연못에 다이빙을 해서 수영을 하는 일종의 챌린지이다. (이 챌린지를 알고 나면 한때 전세계를 휩쓸었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순한맛으로 느껴진다.)


이 다소 정신나간 챌린지(?)가 펼쳐지는 오콤 연못은 쵸우트 기숙사 뒷편에 위치해 있는데, 겨울이면 일상적으로 스케이트를 대여해서 탈 수 있을 정도로 꽁꽁 어는 곳이다. 물론 정식 아이스링크가 아니라 연못이다보니 빙질이 고르지 못하긴 하지만, DOC 클럽 (Dartmouth Outing Club)에서 스케이트를 저렴하게 대여해주기 때문에 주말이면 학생들은 물론 동네 어린아이들까지 스케이트를 타거나 아이스 하키를 하러 오는 해노버의 겨울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친구와 오콤연못 스케이팅에 도전했던 혜령언니)

폴라베어 스위밍을 준비하는 스탭들은 참가자들이 물 밖으로 걸어나올 때 얼음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못 한 가운데에 얼음의 두께가 적어도 10cm 이상인 곳에 구멍을 낸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팔에 닭살이 돋는 것만 같은 이 전통은 상당한 담력과 체력을 요하는데, 혹자는 아무리 따뜻해도 최소 영하 10도 이하의 기온에서 누가 이런 미칫 짓을 하냐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용감한 지원자들이 많단다. 


폴라베어 스위밍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안에 수영복을 입은 채로 위에 두꺼운 겉옷을 입고 온다. 탈의실이 따로 없는 언 연못 한복판이기 때문에, 차례가 오면 겉옷을 벗어서 점프해야 할 구멍 바로 옆에 놓인 책상에 올려놓고 바로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폴라베어 스위밍 기간에는 정신 나간 대학생들이 줄지어 수영복만 입고 덜덜 떨고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다트머스에서의 해가 지날수록 해노버의 강추위를 증오하게 되기도 하고, 아예 겨울 쿼터를 휴학해 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폴라베어 스위밍의 도전자는 신입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졸업하기 전에 한 번쯤 도전해보려는 4학년생들과, 폴라베어 스위밍의 매력에 빠져 매년 도전하는 정신나간 학생들도 꽤 있는 편이다.


(간접체험 가능한 참가자 시점 영상)

Y는 2학년 겨울학기에 폴라베어 스위밍에 도전했다. 유학생인 그는 1학년 겨울때만 해도 폴라베어 스위밍을 하는 미국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친 양놈들, 더럽게 할 짓이 없나보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서 양놈화(?)가 된 Y는 1학년 겨울에 폴라베어 스위밍을 해보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 그는 “플로어메이트에 대한 의리”를 호소하며 1학년 때 같은 층에 살았던 친구 둘을 꼬득여 폴라베어 스위밍에 함께 도전했다. 순서를 기다리며 셋이서 수영복만 입고 얼음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피부가 얼어붙는 듯 하단다.


폴라베어 스위밍은 해노버의 대대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 외에도 구경꾼이 많다. 이 구경꾼에는 마을 사람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제자들을 응원할 겸, 재미있는 구경을 할 겸 산책을 나오신 교수님들도 예외는 아니다. Y는 폴라베어 스위밍을 하고 덜덜 떨며 나오자 마자 수강하던 경제학 수업을 가르치는 로즈 교수님과 마주쳤다. 로즈 교수님은 폴라베어 스위밍을 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으러 오셨고 그 당시 Y와 같이 다트머스 2학년이던 교수님의 딸도 폴라베어 스위밍을 하러 왔다. Y를 알아본 교수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말씀하셨다. “너 이제 공식적으로 미친 것 인증했네.” 너무 추워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Y가 답했다. “네, 전 이제 공식적으로 미친놈입니다.” 


정신을 차린 Y의 증언에 따르면 물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차갑다고 한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퐁당 빠지기 때문에 '물이 생각보다 별로 안 차가운가보다' 하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크나큰 오해이다. 뛰어들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 앞에서 얼음이 둥둥 떠 다니는 것이 마치 진짜 북극곰이 된 기분이라고 한다. 신기한 점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엄청나게 춥지만 일단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 물이 너무 차가워서 몸이 저절로 열을 내는 것일까? 


폴라베어 스위밍을 마치면 바로 준비해간 수건으로 몸을 닦고, 벗어둔 외투를 입는다. 수영복이 젖었는데 젖은 수영복 위로 바로 겉옷을 입고 방까지 걸어와야 하기 때문에 미친짓을 했다는 성취감이 드는 한 편 방으로 걸어오는 내내 찜찜하다고 한다.


사실 폴라베어 스위밍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행위이다. 물이 엄청 차갑기 때문에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물에 들어가자마자 다리에 근육 경련이 생겨서 그대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모든 도전자들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 밧줄로 허리를 꽉 묶는다. 만일의 상황을 위한 이 밧줄은 덩치 크고 힘 쎄 보이는 남자 진행요원들이 꽉 잡고 있는데,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뒤에 구급 요원들까지도 대기하고 있다. 도전자들이 들뜬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며 줄 서 있는 동안 안전요원은 엄격한 표정을 하고 줄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계속 안전수칙을 상기시킨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도전하겠다고 약속을 해야만 물 속으로 들여보내주기 때문에 약간은 비장함이 맴돌기도 한다.


안전요원들이 강조하는 규칙 중 하나는 무조건 머리가 아니라 다리가 먼저 빠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차가운 물이 몸보다 먼저 심장쪽이 닿는다면 그대로 심장마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상체부터 들어가려고 객기를 부리는 학생이 있으면 그 날로 바로 폴라베어 스위밍은 중지 시킬 정도로 규칙이 엄격하다. 사실 얼음 연못 밑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둡고 물이 더러워서 학생들은 별로 얼굴을 물에 넣고 싶지 않아한단다. 


(2)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로 예술혼을 불태우다

군대에서는 눈을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한다던가...? 강설량이 워낙 많은 다트머스에서도 눈은 비슷하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조차 쓸모가 있을 때가 있으니, 바로 조각 작품의 재료로서이다.

2011년 윈터 카니발의 대형 얼음 조각상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왕좌의 카니발"이 주제였던 2014년 윈터 카니발

매년 윈터 카니발 기간에는 그린 정 중앙에 그 해의 축제 테마를 대표하는 대형 얼음 조각상이 지어진다. 설계도에 따라 목조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눈을 덮은 후 깎는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이 얼음 조각상은 수백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단체 예술 작품이다. 크기 역시 베이커 도서관 3층 높이에 다다를 만큼 거대하다. 크레인, 사다리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만드는 이 대형 얼음 조각상은 윈터 카니발의 마스코트이자, 매 해 다트머스 겨울 쿼터의 상징이다.


다트머스 캠퍼스에 출연한 거대 올라프(왼쪽) 와 북극곰

그린 정중앙의 대형 얼음 조각상 외에도 학생들은 해노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눈과 손재주를 십분 활용하여 작은 크기의 조각상을 다양하게 만들곤 했는데, 2014년부터는 드디어 공식적으로 얼음 조각 만들기 대회가 탄생했다. 교내 모든 단체나 동아리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서 그 해 윈터 카니발의 테마에 관련된 얼음조각상들을 만드는 대회를 하는 것이다.


얼음조각상 만들기는 나름 진지한(!) 대회이다. 참가 팀 멤버들 중 한 명은 대회 하루 전에 의무 교육 세션에 참여해야 하며,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정해진 시간에만 조각을 할 수 있다. 보통 심사가 있기 전 날 오후 12시부터 10시까지, 그리고 심사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약 15시간의 가량의 시간이 주어진다. 보통 심사는 윈터 카니발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3시쯤 시작되고 4시에서 5시 사이에 우승자가 발표되는데, 1등은 600달러, 2등은 300달러, 3등은 100달러의 상금이 각 단체의 계좌로 지급된다. 또한 참가자는 자신이 만든 얼음 조각 작품이 거의 겨울 학기 내내 캠퍼스에 전시되는 영광을 얻을 수 있다. 

꼭 윈터 카니발 기간이 아니더라도 겨울철 다트머스 캠퍼스 곳곳에는 누가 만들었을지 모르는 이글루를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항상 날씨가 추워서 한번 지어진 이글루는 잘 녹지도 않기 때문에, 겨울철이면 캠퍼스 공터 곳곳에는 각양각색의 이글루가 그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 추위를 피해 이글루 안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들어가면 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곤 했던 기억이다.


직접 겪을 때는 너무나도 우울하고 지긋지긋했지만 돌이켜보니 나름의 낭만이 있었던 다트머스의 혹한기!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요즘도 해노버에 예전처럼 눈이 많이 오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번쯤 윈터 카니발 기간에 다트머스 캠퍼스에 놀러가서 학생 때는 차마 도전하지 못했던 폴라베어 스위밍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Written by Haeri

Edited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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