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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2. 2021

내 방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긴 한데...

Sleepover at a Room 10 Steps Away

쵸우츠와 리버는 오직 신입생들로만 구성된 1학년생 전용 기숙사이기 때문에 유독 같은 기숙사 학생들간의 정이 끈끈한 편이다. 신입생 때는 아직 고정적인 친구 그룹이 생기기 전이라 모든 학생들이 비교적 오픈 마인드이기도 하고, 신입생 특유의 패기와 궁금증으로 다트머스의 구성원 모두를 알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층을 쓰는 이른 바 “플로어메이트”들과 함께 모여 기숙사 조교 (UGA)의 주도 하에 회의를 갖고 각종 교육을 받기 때문에 플로어메이트들끼리 서로 만날 기회도 많은 편이다. (2학년에 올라가고 나면 내 바로 옆 방에 사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 중 하나를 모를 확률이 높다.)


우리 층 역시 플로어메이트 간의 우정이 끈끈하기로는 남부럽지 않았다. 다만, 시설이 열악한(?) 관계로 우정을 쌓을 아지트가 부족했다. 공용공간인 브리틀과 비스코에 4인용 탁자가 두세개쯤 있지만 기숙사에 거주하는 인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었고, 각 건물의 지하실에 위치한 스터디룸은 빨래방 맞은편이라 시끄러운데다 지하라서 공기가 텁텁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피했다. 이스트윌락과 같이 럭셔리하고 편안한 스터디룸이 없는 관계로, 우리는 친한 사람들끼리 복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곤 했는데 밤이 깊어지면 1인실을 쓰는 친구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과제를 하거나, 과제를 핑계로 모여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고는 했다. (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을 학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던 어느 날이었다. 나와 로타는 여느 때처럼 잠옷 바람으로 로즈의 방이 마치 우리 방인 양 자연스럽게 어딘가에 기대서 각자 편한 자세로 노트북을 붙들고 과제에 열중하고 있었다. (10분에 한 번 누군가 새로운 주제로 잡담을 시작해서 과제의 진도는 지지부진했지만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던 로타는 연신 하품을 해대더니 말했다.


“내 룸메이트는 한참 전에 잠들었을텐데, 그냥 조용히 들어가서 베게랑 이불 가져와서 니 방에서 자고 갈까?”


로타는 방 하나를 둘이 같이 쓰는 2인실에 사는지라 새벽 늦게 들어가면서 일찍 자는 생활 패턴을 가진 룸메이트를 깨울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로즈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응! 나 어제 진공청소기 돌렸어. 바닥 완전 깨끗해.”


로타는 명랑하게 “오케이!” 하고 대답하고는 벽 반대편에 있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로타와 달리 나는 1인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룸메이트를 깨울 걱정은 없었지만 어쩐지 이대로 혼자 방에 와서 자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슬립 오버인가? 나도  닦고 이불이랑   챙겨와야겠네.”


나는 기지개를 쭉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능청스럽게 말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본인 방이 열 발자국도 안되는 곳에 있는데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로즈의 방 방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누워서 이불을 칭칭 감고 잠을 청했다. 불을 끄고, 내일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이만 자야 한다는 말을 대여섯 번쯤 반복해가며 수다를 멈추지 못하던 우리는 결국 잠 들기 직전까지 떠들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었다고 한다.


Written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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