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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Sep 10. 2021

엄마, 대학가면 살 빠진다면서요!

Debunking the Urban Myth of Freshman 15

미국에서는 대학교 신입생이 입학 후 급격히 15 파운드 (약 6.8kg) 가량 살이 찌는 현상을 "Freshman 15"이라고 부른다. 고등학교 때 분명히 엄마가 "대학 가면 살 빠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살이 찌다니! 심지어 이게 미국에서는 전국적으로 흔한 현상이라니... 엄마한테 낚인건가?


(엄마... 저한테 왜 거짓말 했어요...?)


연애의 전성기인 꽃다운 20대 초반에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았는지, 구글에 Freshman 15을 검색하면, "Freshman 15, 실화인가요?", "어떻게 하면 Freshman 15을 피할 수 있나요?" 등 다양한 질문이 나온다. 이 질문에 대한 잔인한 답을 먼저 하자면, Freshman 15은 실화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 매우 진지하다. 왜냐하면 Freshman 15을 내가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크게 몸무게를 신경 써본 적이 없다. 자주 재볼 일도 없고 해서 그냥 몸무게에 무신경했던 것 같다. 1학년 첫학기에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이 빠지기도 했다. "Freshman 15이라더니 별거 없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옷이 조금씩 끼기 시작하더니 오랜만에 입은 봄옷이 안 들어가는 게 아닌가! "엇, 살이 조금 쪘나보네" 생각하고 재보니, 이럴수가! 인생 최고 몸무게를 경신했다. 


이렇듯 나처럼 Freshman 15이 오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처음 집에서 나와 기숙사에 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한가지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아침이면 엄마가 아침밥을 먹으라고 깨웠고, 학교에 가면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었으며, 저녁에도 늘 가족과 함께 비슷한 시간에 밥을 먹었다. 반면, 대학교에서는 정해진 패턴이 없었다. 늦잠을 자면 아침을 스킵했고, 점심과 저녁은 배가 고플 때 먹었으며, 잦은 밤샘은 잦은 야식을 의미했고, 학업 스트레스는 곧 폭식으로 이어졌다. 자유와 방종은 종이 한장 차이라더니, 나에게 주어진 프리덤을 모두 먹는데 써버렸더니 다 살로 가버렸다. 


Freshman 15의 또 다른 주범은 다트머스의 메인 식당인 포코 (Foco)이다. 포코는 완전 뷔페식이다. "All You Can Eat"이라고 하는데, 일단 학생증을 긁고 들어가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신입생들에겐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매일 애슐리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 끼니마다 두 접시씩 기름진 피자와 햄버거, 스테이크, 튀김 등을 가득 쌓아놓고 먹은 뒤에 쿠키나 파이,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고나면...? 솔직히 살이 안 찌는 게 이상하다. (포코에도 샐러드바가 있긴 한데, 솔직히 애슐리에 샐러드바만 먹으러 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n접시를 리필해서 먹으니 살이 안 찔 수가...)

매일 뷔페를 먹는 것이니 자제를 했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우리 안에 흐르는 가성비 중시형 한국인의 유전자가 "자제라니? 그게 뭔 소리야! 뷔페에 왔으면 뽕을 뽑아야지!"라고 소리치다보니, 항상 자연스럽게 과식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변명을 해보자면, 내가 직접 담는 것이다보니 영양소적으로 얼마만큼이 1인분인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말하자면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얼마만큼 먹는지 감도 잘 안왔다.


Freshman 15으로 인생 최고 몸무게를 경신하고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여름방학 3달 동안 뉴욕의 집에서 엄청난 운동과 다이어트로 몸을 원상복귀 시켜서 캠퍼스에 돌아왔다. 하지만 학교 생활을 시작하니 다시 슬금슬금 살이 쪘다. 답답한 것은 살이 붙는 것이 느껴졌는데도 학교 생활이 힘들어서 다이어트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후로도 대학 생활 내내 내 몸 상태는 학교에 있을 때와, 학교에서 두 달 이상 떨어져 있을 때로 나뉘게 되었다. 희한하게 학교에만 있으면 살이 찌고, 집에 가면 찐 살이 도로 빠졌다. 이쯤되면 Freshman 15이 아니라 다트머스 15 아닐까? 


Written by H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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