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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Sep 11. 2021

미국 명문대에 울려퍼진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So You Think You Can Sing?

"노래 좀 한다"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유학생활 로망 중 하나는 아마도 아카펠라 동아리일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나는 슈퍼스타K 예선에 참가한 적이 있을 정도로 노래에 자신이 있고, 코노가 이렇게 많아지기 전에도 혼자 노래방에 다녔을 정도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중 어딘가 내가 있었을지도...)

이렇게 노래부심이 있는 나였기에 유학생 OT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Hero”를 부르기도 했는데, 스스로도 만족할 정도로 노래가 잘 되길래 ‘오 대학 오니까 갑자기 왜 노래가 잘되지?’ 라고 생각하며, 유학생활 로망 중 하나를 이뤄볼 겸 아카펠라 동아리 오디션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트머스의 아카펠라 동아리는 남학생 전용과 여학생 전용, 그리고 혼성 동아리를 합쳐 총 10곳이 있는데, 대체로 인기가 많아 정말 많은 학생들이 지망하며, 당연히 오디션 경쟁률도 매우 높다...!

(편집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혼성그룹인 "Dodecaponics"의 공연 영상)


동아리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지만 아카펠라 동아리 오디션은 보통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라운드에는 자신이 준비한 노래를 자유롭게 부른다. 만약 첫 라운드에 합격한다면 다음 라운드로 "콜백"을 받게 되는데, 콜백 라운드에서는 음감을 테스트하기 위한 청음과 음역대를 보기 위한 스케일 부르기를 한다. 경쟁이 꽤 치열하기 때문에 누군가 아카펠라 동아리에 합격했다고 하면 일단 노래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 같다. (※ 단, 비트박스만 담당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예외!)


나는 OT에서 불렀을 때 반응이 좋았던 "Hero"로 여러 동아리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아쉽게도 1라운드에서는 싱다이내스티(Sing Dynasty) 한 곳 이외에는 콜백을 받지 못했고, 싱다이내스티에서도 이후 라운드에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화음이나 청음 테스트 등에서 좀 부족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학창시절에 밴드나 합창단, 뮤지컬 등 다양한 extracurricular를 통해 비교적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우고 해볼 기회가 있었던 반면, 한국에서 특목고를 나온 나는 학창 시절 내내 공부와 학구적이면서도 대입에 도움이 될만한 extracurricular만 했기 때문에 경험적 측면에서 불리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았다. 


그런데 무슨 동아리 활동 오디션이 이렇게까지 빡세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돌이켜보면, 첫 라운드 오디션을 본 뒤 콜백을 기다리고, 여러 라운드를 거쳐 최종 선정되는 방식은 아카펠라 오디션 외에도 소로리티 러쉬(Sorority Rush)나, 구직활동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합격해서 아카펠라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로망을 이루진 못했지만 신입생 때부터 이렇게 경쟁과 시행착오를 거쳐본 경험은 이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며 얘기를 나눠보니, 송희 역시 신입생 때 아카펠라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내 씁쓸한 기억과 비슷하게 송희의 오디션 썰 역시 자다가도 이불을 뻥뻥 차게 만드는 쑥스러운 기억이라고 한다. 송희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 드라마 “글리(Glee)”를 보며 노래하는 동아리에 들어가겠다는 꿈을 키웠는데, 나처럼 신입생 OT가 끝나자마자 아카펠라 오디션에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단다.


(송희의 머릿 속에서 송희는 이미 글리의 주인공이었다)


첫 라운드에선 자유곡을 부를 수 있기에 오디션 직전까지 선곡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송희는 결국...


두둥! 


'제일 자신있는 노래로 싸워보자!'는 생각에, 자신의 노래방 18번인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를 불렀다고 한다. 심사위원 입장에서 보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 가사까지! 분명 총체적 난국이었을 것이다. 송희는 그때만 생각하면 오디션을 심사하던 동아리 선배들의 ‘헐 이건 뭐지?’하는 벙찐 눈빛과 ‘그래도 우리는 친절하게 웃어줘야 해!’하는 강한 의지가 담긴 부자연스런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서 이불킥을 하게된다고 한다. 


송희는 선배들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리액션을 뚫고, 중고등학교 시절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노래방이 떠나가라 쩌렁쩌렁하게 부르던 흥을 떠올리며, 혼자 박수까지 쳐가며 열심히 불렀지만 첫 라운드에서 바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돌아가서 과거의 자신을 말리고 싶다며, 대체 왜 그랬을까 싶단다.


매직 카펫 라이드의 처참한 실패 이후 송희는 '아무래도 미국 노래를 불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전략을 바꿨고, 다음 아카펠라 동아리 오디션 때는 신디 로퍼의 “True Colors”를 불렀다. 비록 마지막 라운드까지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데시벨즈(Decibelles)라는 동아리 한 곳에서 콜백을 받아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만약 우리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아카펠라 오디션에서 BTS의 노래를 한국어로 당당히 부를 수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미국인 선배들이 "와, 쟤네들은 한국어 네이티브니까 뽑아서 다 같이 BTS 노래 커버하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BTS여...! 조금만 빨리 태어나지 그랬어요!!!  


Written by Hye Ryung & Song Heui 

Edited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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