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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Sep 11. 2021

한푼이 아쉬운 대학생들의 눈물의 교과서값 절약기

Guides to Saving $$ on Textbooks

미국의 사립대학이 다 그렇듯 다트머스는 학비가 비싸다. 정말정말 비싸다... 심지어 학생식당 밥조차 비싸다. (게다가 Meal Plan을 특정 금액 이상 무조건 사먹어야 한다) 학생식당에서 입맛에 맞지도 않는 느끼한 밥을 꾸역꾸역 먹을 때면 가끔 '이 돈이면 한국에선 뭘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전국의 온갖 산해진미가 떠오르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이다. 특히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돈을 쓸 때마다 습관적으로 환율을 계산해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그럴때면 괜히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싶어지곤 했다.

(우리 집의 기둥을 통채로 뽑아서 유학을 가고 있는 나의 모습)

물론 부모님이 너무 부자여서 평생 돈걱정은 해본적이 없는 금수저 유학생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부모님과 가족들의 무한한 희생으로 집안 기둥을 뽑아서 유학을 온(!),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들이었기에 항상 주머니가 가볍고 한푼이 아쉽곤 했다. 그래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교과서 구입 비용이었다.


한국 대학의 교재들도 물론 비싸지만, 미국 대학 교재들의 가격은 정말이지 상상초월이다. 책 한권에 100불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한 경우 200불을 넘기도 한다. 게다가 한 수업이 한 책만 쓰느냐? 절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듣고 있는 모든 수업의 모든 교재를 정가로 사면 안 그래도 많이 뽑힌 집안 기둥이 추가로 뽑힐 수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우리는 항상 교과서 구입 비용을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수년간 이런 노력을 거쳐 교과서값 절약의 달인이 되었는데, 오늘 글에서는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1) 초급: 중고 책을 산다

교과서마다 다르지만 가령 금융학이론 수업에서 사용하는 “Essentials of Investments”의 경우, 새 책의 가격은 무려 $225이다. 중고 가격 역시 $135로 여전히 썩 착하진 않지만 새 책 대비 약 40% 정도 저렴하다. 새 책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집에 돈이 썩어나지 않는 대부분 학생들은 중고 서적을 구입한다.


중고 책을 구입하는 방법은 새 책을 구입하는 것과 동일하다. 오프라인으로는 캠퍼스 근처에 윌락서점(Wheelock Bookstore)이나 다트머스 서점(Dartmouth Bookstore)이 있다. 윌락서점이 보다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어두면 학교 우편함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어차피 서점이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기에 걸어가서 구매하면 되지만 정 귀찮다면 유용하다.


보다 저렴한 방법은 아무래도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다만, 배송기간이 있어 방학 중에 미리 주문을 해두지 않았다면 주문이 몰리는 학기 초 1~2주간은 교과서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2) 중급: 중고 직거래를 한다

어차피 다트머스에서 제공되는 수업은 매년 비슷하고 사용되는 교과서도 비슷하다. 이 말은 즉,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동기나 선배 중에 내가 필요한 교과서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업체든, 오프라인 서점이든 중간 상인을 끼고 거래를 하면 상인들의 유통 마진 때문에 책을 파는 학생들은 책값을 원가나 책 상태에 비해 많이 받지 못하고, 사는 학생들은 책이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여우가 버는(?) 구조이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선 그래도 새책을 구입하는 것보단 저렴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생긴 것 중 하나가 Textbook Exchange for Dartmouth Students 라는 초대로만 가입 가능한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이다. 그룹 페이지에 어떠한 책을 사거나 팔고 싶다고 글을 올리면 그 책을 가지고 있거나 사고 싶은 사람이 댓글, 메세지 등으로 연락해 거래하는 방식으로, 당사자 간의 직거래인 만큼 협상 능력에 따라 기존의 중고 거래보다 훨씬 유리한 가격에 책을 사고 팔 수 있다.


페이스북 그룹으로 중고책 판매를 해본 내 경험상, 구매자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라는 생각에 너무 불합리한 가격만 아니라면 내가 처음 생각했던 가격이 아니더라도 만족하고 거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3) 고급: 교과서를 왜 사?

고급 노하우는 수업을 듣기 위해 반드시 교과서를 사야 한다는 편견(?)을 깨야만 습득할 수 있다. 책을 아예 구입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구매하지 않고 어떻게 수업을 들을 수 있냐구...?


우선, 구글 검색을 해보면 교과서 전문이 pdf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저작권 문제가 걱정되어서 나는 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친구들 중 책을 빌려 자신이 직접 복사하는 친구도 종종 보았다. 다트머스 공학관 건물에 무료로 이용 가능한 복합기가 있어서 수백 페이지를 일일히 복사할 끈기와 집념이 있다면 무료 복제본을 얻을 수 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면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교과서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Essentials of Investments”의 경우, 대여한다면 한 학기에 54불 가량밖에 들지 않는다. 중고책을 구매하는 것보다도 반 이상 저렴해지는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 학생들이 책을 구매하더라도 계속 소장하기보다는 한 학기만 사용하고 되팔기 때문에, 차액과 대여비 중 어느 것이 저렴한지 따져보면 된다. 대여가 끝나면 아마존 측에서 책과 함께 부쳐준 반송라벨을 이용해 무료 반납이 가능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방법도 있다. 교수님께서 지정도서 열람실에 교과서를 비치하신 경우, 번거롭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지정도서 열람실을 찾아서 책을 대출해 볼 수 있다. 다만, 최대 4시간까지만 대출이 가능해 열람실 주변에서 빨리 읽고 반납해야 하고, 누군가 이미 빌려간 경우 최대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집안 기둥 뽑아서 아이비리그 온 보람이 느껴지는 몇 안되는 순간...)


마지막으로, 다트머스 대학이 아이비리그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방법도 있다. 바로 바로우 디렉트(Borrow Direct)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아이비리그의 타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방법이다. 대부분 다트머스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다트머스의 도서관에 있더라도 교수님이 지정도서 열람실에 묶어두셨거나, 엄청나게 발빠른 누군가에 의해 이미 대출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바로우 디렉트를 이용하면, 우리 학교엔 없지만 타 대학에는 남아있는 교과서를 공수해올 수 있다. 대여 기간도 12주로 넉넉해서 10주인 다트머스의 한 학기 내내 여유롭게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교과서 비용이라도 조금 더 아껴보려고 이리저리 검색해보고 발품을 팔던 대학 시절의 짠내나던 내가 참 안타깝기도 하고, 또 기특하기도 하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교과서 비용 절약 또한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격언처럼 일단은 부지런하고 볼일이더라!


Written by Hye 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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