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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쓰다 Dec 30. 2024

살아내 주세요.

무슨 말을 어찌 한들 이미 일어난_



속도를 더 줄인 후 착륙할 순 없었을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방향을 조금이라도 틀었더라면 인명피해가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울타리 외벽을 꼭 그렇게 단단하게 만들어야만 했을까?

버려진 폐타이어들이더라도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쌓아둘 순 없었을까?

바다나 숲일지라도 더 넓은 공간이 근처에 없었을까?

비상 착륙 전 발화나 폭발에 영향을 줄 연료통이나 엔진 등을 먼저 비상탈출 시키는 기술은 없을까?


하루 내내 아무 소용없는 질문들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온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미 진행 중이거나 개선된 부분들이 있겠고 그로 인해 일어나지 않고 우리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예방에 성공한 안전한 순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고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과 상황에 또다시 일어나 우리를 당황시킨다.

안전과 관련된 모든 '안'들이 '안'에 그치지 않고 조속히 필요한 곳에 적용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아이들이 그 명단 안에 생각보다 많은 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먹먹하게, 아리게, 저리게, 찢어지게 한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생각하면서 참으로 이기적 이게도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들이 무탈함에 감사하고 안도하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지금.


24시간 듣던 라디오채널에서 엄숙한 분위기로 방송들을 이어가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보내주라고 하여 폰을 들었다. 그런데 어떤 말과 표현으로 위로하려 해도 이 위로라고 하는 말들이 그들에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한참을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20241229_  표현 불가능한 슬픔 속에 있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언제까지일지 모를 아픔의 기간을 잘 '살아내'주길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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