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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Sep 17. 2024

여행, 그 첫 이야기

프롤로그 : 새로운 브런치북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이 태어나는 것, 그것이 인생의 첫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은 나그넷길'이라는 노래도 있듯이.

안락한 집을 떠나 불편하지만 새롭고 낯선 세계를 만나는 것이 여행인데,

편안했던 자궁을 나와 새로운 소리들을 듣고 처음 보는 낯선 세계를 만나는 탄생의 순간,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게 되는 인생의 첫 출발점인 탄생이 진정한 의미의 첫 여행이지 않을까.


앞서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아마도 어릴 적의 여행의 기억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서 인 것도 같다.

내가 어릴 적인 1980년대의 여행은 지금의 여행과는 그림이 많이 다르다.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의 여행의 좋지 않은 기억은 내방네방이 없는 불편한 잠자리, 어른들의 이야기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밤, 거기에는 꼭 있는 술냄새 혹은 담배냄새, 불을 붙여 피우는 진한 모기향냄새, 그럼에도 날아드는 모기와 벌레, 나가야 있는 화장실과 수돗가 혹은 화장실이 없는 계곡, 바닷물에 젖은 옷과 몸의 찝찔함, 여자라고 태워주지 않던 낚싯배... 물론 좋고 행복한 기억들도 있지만,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더 많이 생각이 난다.

만약에 지금처럼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숙소를 고르고, 기차나 비행기를 예약하며 근처의 맛집들을 찾아보며 먹고 싶은 것을 리스트업 하고, 주변의 볼거리들을 탐색한다며 나의 여행에 대한 기억들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여행이,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일 때 조금 달라졌다.

불편한 잠자리와 화장실등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졌고 마음 맞는 또래 친구들과의 편안함이 새로운 세계를 만남에 설렘을 더하게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의도치 않았건만 24년째 해외여행 중이다.

독일에 살고 있고, 조금만 움직여도 해외의 다른 도시들을 만나게 되니 그렇다.

"나는 역마살이 있나 봐!"라고 말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도 있는데 나는 아직도 훌쩍 떠나는 여행이라든지 힐링을 위한 여행이라든지 그런 여행을 나서서 하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살고 있기에 손에 꼽자면 열손가락이 훌쩍 넘는 나라들을 다니는 '해외여행'을 했다. 여행의 기억은 추억이 되어 마음속 한편에 진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떠올리고 생각하면 다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돌아보니, 마치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처럼 그 시간들에 충실했고 즐겼다. 

사진들을 보며 여행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기억들이 흐려진다.

사진을 보며 옛날을 추억하듯이 글로 그 기억들은 남겨놓고자 여행,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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