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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May 02. 2022

독일에서 김치볶음밥

'김치'를 아는 외국 아이들

한 10년 전, 아들들 방과 후 학교에서 '국제의 날(?)'이라는 파티를 했던 적이 있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나라에 대한 의상과 음식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불고기와 잡채와 김치(겉절이)를 해갔다.

너무 맛있어서 한식만 젤 먼저 동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까지 하면서 말이다.

당연히도 잡채, 불고기는 극찬을 받으며 시식이 이어졌고

교장선생님이 가장 먼저 김치를 한 조각 입에 넣으셨다.

그리고는, 곧

너무 매워, 너무  매워... 하면서 물을 들이켜셨고, 종이를 가져다가, 'Feuer'하고 써붙이셨다.

말하자면, "불이야!"다.

그 김치는 우리 아들들도 먹는 건데...

그때 나는 독일 사람들이 얼마나 매운걸 못 먹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독일 친구들이 김치를 맛보려고 할 때는 늘 "매워, 조심해!"라고 말해주게 되었다.

첫 개시가 강렬했던 김치의 맛이었다


학교 메뉴 중에 배추 볶음이 있었다.

그래서 배추 주문을 하게 되었다.

학교 주문 특성상, 대용량이었고 아이들 메뉴에 들어가는 요리를 하고 나니 4포기가 남았다.

마침, 주문 오류로  '굵은소금'이 있었다.

배추와 굵은소금,,, 또 발동이 걸렸다.

김치를 해야지 않을까? 하는.

물론 고춧가루는 없다. 액젓도 없다.

백김치를 할까 하다가, 칠리 가루랑 파프리카 가루, 마늘가루도 있으니 얼추 빨갛게 흉내는 내보자! 했다.

마늘가루
절인 배추

칠리 가루와 파프리카 가루로 양념장을 만들었다.

양파와 사과를 갈아서 넣었다.

비주얼은 얼추 김치다. 3일을 실온에서 익히고, 냉장고에서 일주일을 두었다. 그동안 냉장고는 김치 냄새로 가득했다.

얼추 달짝지근한 김치가 완성되었다.

잘 익힌 김치는 잘게 썰어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김치볶음밥에는 당연히, 계란 프라이!

또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다 팔려버린 김치볶음밥...

새로 온 고학년 여자아이가 이게 뭐냐고 묻길래 김치라고 했더니, 오호, 김치~ 하면서 아는 체를 했다. 김치를 아냐고 했더니 반갑게 안다고 한다. 그리고는 대화가 더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는 영어만 나는 독일어만 할 줄 알아서(Do you know Kimchi? Yes 하고는 끝),

감탄사와 제스처가 8할... 그러나, 나름 완벽한 소통^^

그리고 곧 리필을 하러 온 아이.

엄지 척! 해주며 남은 걸 싹싹 긁어갔다. 오늘도 완판~


다음 주부터, 코로나로 인해 제한되었던 샐러드바를 다시 열게 되었다. 미리 채워 넣고, 아이들이 뷔페식으로 각자 담아가면 되니, 조금 수월해질 것 같다.

이제는 야채와 차가운 음식들로 구성하는 메뉴를 늘려야 할 참이다.

김밥도 샐러드바에 넣어도 될 것 같다.

드레싱 코너에 간장소스도 넣어야지.

새로운 환경의 새 메뉴들에  볼이 발그스레 해지며 신날 아이들 표정이 예상되어  조금 설렌다.

행복하게 맛있게 먹고 튼튼하게 잘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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