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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May 17. 2022

태극기를 그리는 외국 아이들

왜, 태극기를 그리는 걸까?

2001년 어느 날,

독일 어느 교회에서 주최한 국제의 날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가자마자 처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 국기 그리기였다.

각 나라별 자리 앞에 붙일 국기였다.

일본, 오스트리아, 스웨덴, 이탈리아, 독일... 애들은 렵지 않게 쓱쓱 국기를 그려 앞에 붙였다.

그런데, 우리는...

10명 정도 모인 우리 한국 학생들은  순간 동공 지진이 일었다.

건곤감리를 아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이 없었어서 검색도 못 하고, 한동안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최고참 선배가 한마디로 정리해주고, 우리는 곧 태극기를 완성했다.

 선배의 한마디는,

"대충 그려. 어차피 쟤네들도 몰라."

그날 집으로 온 우리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집에 있는 태극기를 찾았다(유학생답게, 어딘가에 태극기 하나는 꼭 있었다)

그리고 다들 건곤감리를 외웠다고 한다.

덕분에 그 후로 한동안은 다들 태극기를 완벽하게 그렸다.


세월이 20년이 지난 지금... 문득 그때가 생각 난 건,

직장 동료 아들의 태극기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공수받은 마스크에 어린이용 마스크가 몇 장 들어있었다. 동료의 막내아들에게 사이즈가 맞을 것 같아서 갖다 줬는데, 그 마스크 박스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자 동료가 그 박스는 둘째 아들이 좋아하겠다고 했다.

내가, 왜? 하고 물으니

한동안 아들이 한국 국기에 꽂혔었다고 말했다.

렇게나 태극기를 그렸단다. 신기해서, 둘째 아들을 만나자마자 아직 한국 국기를 그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생각이 다 날지 모르겠다며 그려보겠다고 했다.


동료 아들은 그리자마자, 까만 줄(건곤감리)이  맞는지를 내게 물었다. 핸드폰 검색 한 걸 보여줬더니, 두 군데를 바꿔서 그렸네. 그려본 지가 오래되서... 하며 멋쩍어했다.

그러자, 또 마침 막내아들이 "오늘 ㅇㅇ이가 나한테 한국 국기 그려서 줬어." 하며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ㅇㅇ이는 외국 아이다.

외국 아이들이 그리는 태극기...

무슨 날도 아닌데, 외국 애들끼리 한국 국기를 그려서 서로 주고받는  것도 신기했다.

20년 전만 해도 어린아이들은 한국이란 나라가 있는지,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더랬다.

런데 지금은 8,9살 외국 아이들도 그냥 괜히 쓱쓱 태극기를 그리는 시대가 되었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난 주말, 두 사러 아시아 상회에 갔다.

종갓집 두부가 있는 곳인데, 그날은 없어서 없냐고 묻느라 주인이 우리가 한국 사람인 걸 알았다.

컴퓨터에는 마침 유튜브가 켜져 있었는데, 주인이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와이프가 맨날 한국 드라마를 봐"

그러니까, 장을 보던 몇몇 아시아 사람들이

"나도 보는데"

"나도, 너무 재밌어"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20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구나.

신기하고, 뿌듯했다.


Ps. 선물과 함께 받은 카드에, 한제법 크게 쓰여있다.

일본어, 중국어보다 조금 더 크게? 쓰인 것에 괜히 감동...

이국에서 만나는 한글은 늘,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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