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 또는 지급보증이나 부채초과 등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주주 등이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조, 제34조)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법 없이 읽는 법인회생이라면서 왜 서두부터 법이 나오냐고요?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변호사라 그런지 법인회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데 있어서 채무자회생법 조문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조금 켕깁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한 문장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회생절차는, 회사에 돈이 모자라서 은행이자나 대금을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에, 법원이 나서서 갚아야 할 돈, 갚을 기간 등에 관하여 채권자들과 협상 테이블을 차려 주는 절차입니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합의하라고, 법원이 판을 깔아 주는 것이죠. 심판 봐 주고요.
여기서 이상한 낌새를 채셔야 합니다. 돈을 갚으면 갚고 못 갚으면 못 갚는 것이지 왜 협상을 하느냐? 이겠죠?
자. 우리 회사 부채가 총 50억이고, A은행에 30억, B은행에 10억, C은행에 10억 빌렸다고 합시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경영 상태가 악화되어서, 50억은 죽었다 깨어나도 다 갚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월 2000만원씩 발생하는 은행 이자를 내고 나면 직원 월급과 임대료 등을 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직원들이 퇴사하고 사업장에서도 내쫓기게 되므로 회사가 곧 망하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은행들에게 갚아야할 빚도 당연히 한 푼도 갚지 못하게 됩니다.
은행들 입장에서 법인회생이라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동기도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은행들은 법인회생 과정에서 매월 지급받아온 이자와 빌려준 원금의 절반 이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만(법인회생이 시작되면 이자를 1원도 낼 필요가 없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면 회사가 곧 망할 것임이 명백한 상황이라면, 땡전 한 푼 못 챙기느니 조금이라도 빚을 갚게 할 수 있는 법인회생이라는 협상 테이블에 마지못해 앉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법원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채무자가 A은행에 30억, B은행에 10억, C은행에 10억 갚을 것이 있다 라고 신고한다면 A은행, B은행, C은행 입장에서도 빚을 얼마간 깎아 주고, 이 회사가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라는 것입니다.
즉, 정리하면 채무자가 법인회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죄송한데 저 빚 다 못 갚겠어요. 빚 다 갚으려고 하다가는 회사 망하겠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 원금 조금만 깎아 주시면 열심히 다시 일어나 볼게요'
라는 메시지를 채권자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제가 이 책에서 해드릴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이걸 왜 이렇게 정해 놓은 거지?' 싶을 때면, 다시 돌아와서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법인회생이 왜 하는 거였더라?' 법인회생이라는 절차가 이래서 만들어졌구나 라고 생각이 들면서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