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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Jun 11. 2023

인스타그램의 문법

   나는 변호사로서의 나를 홍보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인들과의 연락을 하기 위한 개인 SNS로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변호사로서의 나를 홍보하는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는 것이 왜인지 멋쩍게 느껴져서이다. 그 계정은 나름대로 팔로워도 꾸준히 늘어나고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그런데 왠지 모를 목마름은 있었다. 내가 제대로 이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더 잘 할 있지는 않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 중 철수(가명)이 있다. 철수는 대학생 시절 패션 쇼핑몰을 차려 꽤 큰 성공을 거두고 지금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깔끔하게 쇼핑몰을 접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철수는 다른 쇼핑몰처럼, 주로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통해서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고등학교 친구의 결혼식이 끝나고 철수와 둘이서 메가커피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인스타그램 '변호사 아이디'를 보여줬다. 철수는 눈을 반짝이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줬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으면서도 의표를 찌르는 내용들이 많아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글로 남겨 본다. 자신의 사업이나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싶으신 분들이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 나를 알리려 하지 말고 궁금하게 만들어라.


인스타그램은 정보 전달을 위한 매체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 게시물들은 내가 얼마나 뛰어나고 성실한 변호사인지를 알리기 위하여 나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아니, 내 정보들을 알리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철수는 이런 게시물들은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누가 봐도 광고 같은 게시물들은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다. 나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끌어들일 수 있다.


 같은 골프 라운딩 게시물을 올리더라도, 나는 구구절절 골프장이 어땠느니 동반자는 어디 의사였느니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 같이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은 글이 3줄이 넘어가지 않으면 몸 어딘가가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철수 왈 "야 라운딩을 다녀 왔으면 그냥 2줄로 끝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구장에서 좋은 시간~ 이렇게". 그 말을 듣고 빵 터졌다가, 언젠가 내가 동촌CC를 다녀 왔다가 피곤한 나머지 딱 그렇게만 남겨 놓은 게시물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있는 것을 같이 확인하고 안 그래도 잘생긴 철수가 더 잘생겨 보이는 기적을 경험했다.




2. 나를 부러워하게 만들어라.


내 게시물들의 특징은,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철수는 손사래쳤다. 적어도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보다는 좋은 골프장에서 돈 많은 사람들과 라운딩을 하고 디너 풀코스에 와인을 홀짝이는 변호사의 모습을 더 궁금해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살짝 서로 생각이 달랐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는 섵불리 동의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의뢰인이라면, 밤을 새 가면서 열심히 의뢰인을 위해서 일하는 변호사의 모습, 열심히 법원을 다니는 모습을 업로드하는 변호사에게 더 매력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수의 말이 정말 내 의표를 찔렀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을 부러워하지, 가질 수 없는 것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너가 변호사니까 그런 변호사들의 모습에 공감을 하고 멋지게 보이는 것이지 사람들은 그런 걸 전혀 부러워하지 않아." "너가 비싼 골프장에서 비싼 음식을 먹고 돈 잘 버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너가 돈 을 잘 버는 변호사이고,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너가 제공하는 법조 서비스에도 신뢰감을 갖게 된다."



정말 그랬다. 좋은 곳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사진을 굳이 올리고 싶지 않았다. 내 고객들 중에는 어려운 사정에 있는 의뢰인들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의 돈을 받아서 호의호식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었던 마음도 있었고, 태생적으로 사치스러운 것을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의뢰인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철저히 변호사의 시각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하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문법에 따라야 한다.




3.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은근슬쩍 해라.


철수는 정말 도사 같았다. 아니, 좀 나쁘게 이야기하면 사기꾼 같았다. 잘생기고 옷도 잘 입는(패션 쇼핑몰로 성공한 친구니 당연하다) 친구가 이렇게 인스타그램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SNS 서비스에 대해서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정말 신기했다. 만 내가 앉아 있는 곳이 사장님이 드럽게 불친절하고 남자화장실은 소변밖에 눌 수 없는 메가커피 노량진점이 아니고 철수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사람은 필경 사기꾼이라고 단정하고 마음의 벽을 쳐 버렸을 정도로.


철수가 한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는, 사람들에게 여지를 주라는 것이었다. "나를 찾아오라고 사정하지 않아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나를 찾아 온다." "정말 알리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그걸 은근슬쩍 숨겨 놓으면 사람들을 사진을 확대를 해서라도 그걸 찾는다"




웃고 떠들면서 철수와 한 이야기들을 곱씹으면서 또 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인간의 성격 중 하나인 질투를 불러일으키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성공하려면 그 부러움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 부러움과 시기, 질투가 옳고 그른지, 그것이 인스타그램 때문인지는 설왕설래가 많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저출산의 주범 중 하나로 SNS를 지목하고 있기도 하다. 철수도 굉장히 생각이 깊고 신중한 친구라서 이런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과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너무 냉혹하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철수의 방법으로 인스타그램에 도전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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