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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Jun 16. 2023

달리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 서평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책리뷰 를 가지고 왔어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

발매 2016.12.15.


#산후우울증 을 앓느라 한동안 책에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책을 읽거나 사지 않더라도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서점을 갔었는데요.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책에 대한 기준들이 엄격해지더라고요. "정말 읽고 싶은 책만 고르자!"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산문집이고요. 오래전부터 여러 분야의 유튜버들이 추천했던 책이라 읽고  싶었던 책이에요.   


경험칙*


'철학'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다 해도, 어떤 종류의 경험칙*(관찰과 경험에서 얻은 법칙)과 같은 것은 얼마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본문 10p 중)            


책에 서론에 적혀있던 단어 하나에 매료되었다. #경험칙 달리기를 통해 얻은 경험칙. 달리기가 주는 효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달리기가 우리 인생을 닮아있어서 인생에 대한 경험칙을 이야기하는 걸 수도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예상했겠지만, 달리기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떻게 해서 달리기에 꽂히게 되었는지. 내용을 재미없게 설명하자면 간단하다. 자연히 달리기에 매료되었다. 달리기를 할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달리기를 접하기 전의 일상은 술, 담배, 야구에 찌들어있던 삶이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폐인의 삶은 아니었다. 다만,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주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 일상의 중심 잡기 역할을 달리기가 해주었다.


러너스블루*(주자의 우울)            


내가 최근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그런지, 주자의 우울이라는 단어에도 꽂혔다. 달리기도, 인생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우울을 겪는다. 작가의 우울은 40대 후반이 되어서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던 러너도 나이가 들면 몸의 변화가 찾아온다. 이를테면, 평상시보다 더 버겁다던지 대략적으로는 그런 종류의 반응으로써 변화가 온다이다. 작가라고 해서 대단한 메시지와 생각을 지니고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하루키라는 사람은 적어도 달리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대단한 메시지와 대단한 생각을 멈추려는 사람에 가깝다. 그러다 보면 '더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뿐. 스스로를 본능과 경험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단순한 사람이다.


산문집이라서 더 그런지 몰라도, 이 책 자체도 굉장히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더 달리기에 대한 저자의 마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하루키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렇게 단순하고 애쓰지 않는 성질이 매력 있다고 느껴졌던 책이며, 그런 하루키라는 사람으로부터 약간의 위로와 영감을 받았다.


이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조금조금씩 읽고 있다. 건강백서도 아니고, 그렇기에 더더욱 이 책은 달리기를 권장하는 책도 아니다. 심지어 이 책을 다 읽어서도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루키 조차도 달리기를 권유하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각자 잘하는 것, 잘 맞는 것, 좋아하는 것이 있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으면 된다. 나의 경우는 이 책을 읽고 10분, 15분 짧게라도 매일 혼자 산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키는 보통 아침에 달리기를 하지만 나의 경우는 직장인에다가 아침형 인간도 아니라서 저녁 산책이 좋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사 간 곳이 산책하기 좋은 곳들이 많아 퇴근 후 통근버스에서 내려 10분, 2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 하루키처럼 산책을 하면서 아무 생각을 안 한다. 가끔 회사일, 육아, 가정에 대한 고민으로 어떤 생각이 머리에 박힐 때가 있다. 그렇지만 웬만하면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다만 현재보다 조금 더 노력하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누워있으면 일어나고, 일어났으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걷고, 걷다 보면 뛰는 것. 러너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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