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ALT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건강 Sep 27. 2023

치매약을 먹으면 기억력을 되돌릴 수 있을까?

by 오늘부터 갓생

지난 7월 ‘레켐비’라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았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출시된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입니다. 레켐비는 일본 제약회사인 에자이와 미국 제약회사인 바이오젠의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했는데요,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신약일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최초의 치료제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어떻게 근본적인 병인을 치료하는 것일까요?

*참고: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4명 중 3명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입니다[1] 

사실 아직까지도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이 중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특정 단백질이 응집하면서 신경 세포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한다는 내용인데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들이 이 가설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 가설에 기반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알츠아이머병의 발생 원인 = 단백질 덩어리의 축적

우리 뇌는 신경 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신경 세포들은 전기 신호나 화학적 신호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저장합니다. 여기서 화학적 신호란 도파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것을 의미해요. 

뇌 속 뉴런의 모습

신경세포 표면에는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줄여서 APP라고 부릅니다)이 존재합니다. APP는 신경세포의 성장· 연결·수리와 관련되어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APP는 세포 속에서 작은 단백질 조각으로 잘리게 되는데, 이때 다양한 효소 단백질이 가위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BACE1과 감마-시크리타아제1(γ-secretase)이라는 가위로 잘리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생기게 되고요. 이 단백질이 뭉친 덩어리들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덩어리를 ‘올리고머’라고 하고, 더 뭉쳐져 큰 덩어리를 이루면 ‘플라크(반)’이라고 합니다. 


# 치료제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시도와 아두헬름의 등장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APP를 자르는 가위가 작동을 못하게 해보기도 하고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덩어리지는 것을 막아보려고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는데요. 사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 뇌에는 이미 덩어리들이 잔뜩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덩어리지는 것을 막는 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6월, ‘아두헬름’이라는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FDA의 긴급승인을 받았습니다. 아두헬름은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치료제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제거하냐고요? 약 분자가 단백질 덩어리를 직접 해체시키기도 하고, 뇌 속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를 불러 단백질 덩어리를 처리하게도 합니다. 그러나 효과와 안전성에 있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요. 3상 임상시험에서 뚜렷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고 또 임상시험 참가자의 41%에서 뇌부종 또는 뇌출혈이 나타났습니다. 약값도 굉장히 비쌌고요. 1년에 무려 5만 6,000달러, 원화로 약 7,5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아두헬름은 2021년 12월에 유럽 식품의약품청(EMA)에서 승인이 거부되었고, 2022년 8월에는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아두헬름의 효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허가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에서도 보험 적용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을 시장에서 철수시켰습니다.  


# 아두헬름 vs 레켐비

그러나 2023년 7월, 두 회사는 아두헬름을 발전시킨 후속 약을 세상에 내놓았고 마침내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레켐비’입니다. 

레켐비는 아두헬름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나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레켐비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 작용하지만, 아두헬름에 비해 보다 초기 상태의 단백질 덩어리에 더 잘 결합합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생성된 후 낱개로 존재하다가(Monomers) 개수가 늘어나면 서로 달라붙고 덩어리가 점점 커지게 되는데요. 아래 그림과 같이 Monomer Oligomer Protofibril Fibril 형태가 됩니다. 아두헬름은 Fibril 상태에 가장 잘 결합하는 반면, 레켐비는 Protofibril에 가장 강하게 결합하고, Oligomer와 Fibril에도 잘 결합합니다[3]

레켐비와 아두헬름의 결합 특징[3]

레켐비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승인에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3상 임상시험에서 나오는데요. 18개월 간 약을 투여하고 CDR-SB라는 치매평가 척도 검사로 평가했는데, 위약(가짜약) 대비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27% 지연시킨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기억력과 판단력 저하를 5개월 정도 늦추는 효과라고 하네요. 단,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뭉쳐지는 초기에 작용하는 만큼, 중증 치매가 아닌 가벼운 인지 장애 또는 가벼운 치매 단계를 가진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승인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레켐비조차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저하된 인지능력을 다시 회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병의 진행을 의미 있게 늦출 수 있는 첫 번째 치료제라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두헬름의 대표적인 부작용이었던 뇌부종과 뇌출혈은 레켐비에서도 나타났으나, 12.6%의 환자에게서 나타나 아두헬름과 비교해 발생률은 낮았습니다. 약값 또한 연 2만 6500달러(3,500만 원)로 아두헬름의 절반 이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레켐비를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업계에 따르면 내년(2024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 그 밖에 개발되고 있는 치료제들

한편, 레켐비가 FDA 승인을 받은 지 11일 만에 릴리사가 도나네맙이라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레켐비와 유사한 기전이나 효과는 뚜렷하게 향상된 데이터였습니다. 사실 약과 약을 비교하려면 하나의 임상시험에서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레켐비와 위약을 비교한 임상시험, 도나네맙과 위약을 비교한 임상시험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도나네맙이 더 우수하다고 결론내기는 이릅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신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국국립보건원의 임상시험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143개 치매 신약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총 17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승인에 가장 중요한 단계인 3상 임상시험을 진행중인 후보물질은 31개나 됩니다[1] 치매 정복이라는 목표는 아직도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인류는 늘 그렇듯 답을 찾을 것입니다.                     

현재 사용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내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치료제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고요. 모두 인지능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5]


(1)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은 뇌에서 기억·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되어 인지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는 아세틸콜린을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콜린에스테라제라는 효소를 억제합니다. 아세틸콜린이 뇌에서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해주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엑셀론, 아리셉트, 레미닐이 있습니다


(2) NMDA 수용체 길항제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막에는 다양한 통로가 존재합니다. 세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물질들이 세포안팎으로 드나드는데요. 신경 세포의 막에는 ‘NMDA 수용체’라는 통로가 있는데,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관여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이 통로가 흥분성 아미노산인 글루타메이트라는 물질에 의해 과도하게 자극되어 있고 이는 신경 세포 손상으로 이어집니다. NMDA 수용체 길항제는 NMDA 수용체라는 통로에 결합하여 글루타메이트가 통로를 자극하지 못하게 막아줍니다. 신경 세포 파괴를 줄여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에빅사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1]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치료제 개발 동향』, 2022년 5월.

[2]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 알츠하이머병』,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999

[3] Lecanemab Sweeps Up Toxic Aβ Protofibrils, Catches Eyes of Trialists, 

 https://www.alzforum.org/news/conference-coverage/lecanemab-sweeps-toxic-av-protofibrils-catches-eyes-trialists

[4] 이우상 기자, 『바이오젠의 차세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 구원투수 될까[이우상의 글로벌워치] 』, 2022년 5월 16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5044192i

[5] 약학정보원, 『약물백과 - 치매치료제』

[6] 강성기 기자, 『알츠하이머 치매 정복 초읽기…레켐비, 아두헬름 제치고 ‘안착’』, 2023년 9월 5일,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97 

매거진의 이전글 치매, 증상이 있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