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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건강 Oct 31. 2023

정신과 진료 받았는데,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by 배뚱뚱이

교수님,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혹시...
의사가 되는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제가 이번에 편집팀에서 주제를 받았는데,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2년 전(2021년 10월)에도 제가 ‘마음의 감기’란 주제로 정신질환, 우울증에 대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질문이 좀 이상할 수 있지만, 정신과를 진짜 가도 되는지? 정신과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소문(Myth)을 깨보도록(Bust) 하겠습니다. (Mythbuster! 참고로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 이름인데 한번 따라해봤습니다^^)


Q.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는 건 정신이상자가 됐다는 말인가요?

197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정신건강의학과의 주 진료 영역은 조현병을 비롯해 사회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소 심각한 질환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경정신과(당시의 이름)는 ‘미쳐야 가는 곳’이라는 주홍글씨가 아직도 사라지지를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울증과 같은 질환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1970년대 후반에 나온 프로작(Fluoxetin)같은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가 나오고 나서야 기분에 대한 치료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정신이상자의 정의는 뭘까요? 정확히는 ‘정신질환자’라는 용어를 쓰고 실제 법에 명시되어 있는 정의가 있습니다. 


정신질환자(精神疾患者)란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


즉, 정신질환자는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어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는 환자 중에 실제 이 정도 제약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입원이 아닌 외래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보호자 없이 다닌다는 자체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는 뜻이죠.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는 그럼 정신질환자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자로 분류가 되려면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답을 말씀드리자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고 정신질환자, 정신이상자가 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Q.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으면 기록에 남는다고 하는데, 무슨 기록에 남는 건가요?

병원이던 의원이던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보면 진료 기록이 남고 법적으로 최소 10년간 의무기록이 보관됩니다. 비단 정신건강의학과뿐만 아니라, 감기 때문에 방문한 경우도 동일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관된 의무 기록은 본인이 아니면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또는 법적보호자) 열람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예외적으로 법원에 지시를 받은 경우 열람이 가능합니다.)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의무기록은 바로 건강보험기록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건강보험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으면 비급여(자기돈으로) 진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란 안내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도 내가 무슨 진료를 봤는지 나오지는 않습니다. 또, 타인이 열람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복병이 있을 수 있는데, 바로 연말정산입니다. 연말정산 세부내역을 뽑아보면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봤다는 것이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병원 이름이 가려진 상태로 출력이 되기 때문에 회사에서 직원이 어떤 병원에서 진료를 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불안하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후에 연말정산에서 빼주세요~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보험(주로 실손보험)의 가입과 실비 처리 부분입니다. 일단 보험 가입이 2016년 1월 1일 이전이라면 정신과 질환에 대한 모든 질병의 통원의료비는 신청은 불가능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로 진단하는 질환은 진단코드가 F로 시작하는데, 2016년 이전만해도 이 코드는 실손보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2016년 이후에 가입한 보험의 경우 일부 보장을 해주는 상품이 생겼습니다. 민간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려면 병원명과 진단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적어도 보험사는 내가 진료받은 질환명(예를 들어 우울증, 공황장애)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Q. 취직, 입학에도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닌가요?

제가 올해부터(2023년) 의대 학생들 강의를 몇 개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저는 제가 우울증 진료를 보고 약물 치료를 한 것을 구태여 숨기지 않고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의가 끝나고 한 학생이 저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왔습니다. 

“교수님,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혹시...
의사가 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신질환자 범주에 있는 질환이 아니라면 단순 우울증이나 기분장애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면접관이 그 사실 자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회사와 학교도 상대방의 정신과 과거력을 물어봐서는 안 되고, 정신과 진료 기록을 몰래 조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다소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민간보험 가입 시

먼저 민간보험(사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노출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보험은 최초 가입 시 진료 이력과 과거 앓은 질환을 조사합니다. 만약 이때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이력이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기재하지 않을 경우, 추후에 병이 발생했을 때 보상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험에 가입을 하고 싶으면 이에 대해서 보험회사에 정확히 얘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주 중대한 정신질환이 아니라면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이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험 가입이 거절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가입 후 혹시라도 모를 보험금 미지급의 위험을 피하고 싶으시다면 가입 시 진료 여부를 정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남자의 경우) 병역처분을 정신질환으로 받았다면?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경우 취업을 할 때 주민등록 등본 외에 초본을 꼭 내도록 되어있습니다. 만약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어떠한 질병 때문인지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특성상 면접에서는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단순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본 이력만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Q.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처방받으면 평생 먹어야 하고 부작용도 심하다고 하는데 괜찮은가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딱 잘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물론 조현병 약제의 경우 평생 먹어야 하기도 합니다. 또, 정도가 심한 우울증도 대개 약을 끊는 시도를 하지만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는 평생 먹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다 보니 이 정도가 제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답변일 것 같습니다)

어느 약이나 비슷하긴 하지만, 부작용은 분명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제들의 경우 이 부작용 중 중독성이나 일반적인 약제 부작용과 다른 부작용이 있어 약물 중에서도 따로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약을 복용할 때뿐만 아니라 증상이 치료되어 약을 중단할 때에도 부작용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을 내 기분대로 끊는 것이 아니라 처방해 준 의사 선생님에게 꼭 관리를 받으면서 약을 끊어야 합니다. 


내가 마음이 힘들고 기분이 예전과 다르다면 정신건강의학과 가셔도 됩니다. 아니, 꼭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그러면 이것이 일시적인 것인지,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내가 기분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누군가 들어줄 전문가’를 만난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혼자 힘들어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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