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살고 싶나요?
떳떳하지 못한 임신, 잔혹하게 살해당한 인디언, 그리고 사라진 정의 그 속에서 열병과도 같았던 사랑. 생존을 위해 자식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강요받은 선택,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흐르는 강물처럼 사는 것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토리였으나 빅토리아였던 한 여성의 삶.
"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나 터무니 없는 상황이 있다. 하늘의 별 하나로 온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터무니 없는 경우가 있다. " p. 392
" 강인함은 작은 승리와 무한한 실수로 만들어진 숲과 같고, 모든 걸 쓰터뜨린 푹풍이 지나가고 햇빛이 내리 쬐는 숲과 같다. 우리는 넘어지고 밀려나고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최선을 희망하며 예측할 수 없는 조각들을 모아가며 성장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 모두는 함께였다. " p.416
비통한 현실속에서 그럼에도 살아가는 모든 것에는 경외심이 깃들기 마련이다. 혹자는 아름답다 과정을 치켜세우기도 하고, 혹자는 그조차 합리화일 뿐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고 난 당신의 감정이 무엇일까? 아름다움인가 아니면 비통함 그 자체인가. 그 결과에 따라 지금 당신이 살아가는 인생의 한 조각이 어떤 것임을 알아챌 수 있다.
언제 읽건 아름답거나 비통하거나 단어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나는 비통하다. 아직 아름답다 승화하기엔 내 삶에서 찾아낼 낙관이 부족해서 끌어낼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상황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살아가면서 좀 힘든 시절, 있기 마련이니. 그걸 인정하는 것이 주는 위안을 알아서....
가끔 우리는 아이를 유기한 청소년을 신랄하게 비판할때가 있다.
어쩜,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버리고 도망칠 수 있어?
사람도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버리다니..
휴지처럼 구겨버리듯 비닐봉투에 넣어 자기 자식을 버릴 수 있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그런 소식을 접할때 느끼는 감정은
엄마도 아이도 모두 불쌍하다는 점이다.
서른 하나에 아이를 낳았는데 낳고 나서 세상이 뒤바뀜을 느꼈다.
서른 하나였음에도, 내가 돈을 벌어 내가 나를 책임질 줄 아는 나이였음에도,
아이를 낳고 나는 보잘 것 없고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며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자체의 무게로
조리원에서 아이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하물며, 열예닐곱을 먹은 아이들이 그 상황에서 어떤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을까?
적어도 우리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 아니 여러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발생된 어떤 일에
도와줄 수 있는 창구들이 편한 눈높이에서 제공되었을 경우에 그렇지 못한 선택을 한 경우 비난해도 늦지 않을까?
이 책의 주요 갈등 상황 중 하나이며 주인공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 사건 중 하나인 유기..
살기 위해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선택에 대해 누가 그를 비난 할 수 있을까?
모든 일에는 서사가 존재한다.
서사의 존재를 유추하고 공감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 아닐까.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 누군가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시작을 하기 위해서..
아울러 소설이 나에게 건네는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는 일을 겪기 위해서
오늘도 책을 읽고 묻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