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희 Mar 17. 2022

글쓰기의 시작

작가가 하고 싶어?


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을까?


내가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었을까 시간을 돌이켜보니 초등학생 때부터였던 것 같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아본 적 있어 소질이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고백한다.


재미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팬픽이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가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었다.

지금 읽어보면 말도 안 되지만 내가 글쓰기에 흥미를 느꼈구나, 글을 쓰고 싶어 했구나를 그런 습작으로 알 수 있었다. 다른 과를 전공했지만 지원했던 과를 보면 문예창작과, 국어국문학과도 있었어서 내가 글을 좋아하는 걸 넘어 배우고, 그걸로 밥벌이도 하고 싶어 했구나.. 싶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흥미 있어서 점수 맞춰 지원했지만 결과는 불합격.

 만약 합격해서 졸업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뭐든 처음이 어렵고,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개인적인 만족감이나 기준도 높은 편인지라 글쓰기를 잘하는지, 글재주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좋아서, 뭔가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싶은 건지 감도 안 오고 거기다 쥐뿔도 모르면서 잘 쓰고 싶은 마음만 넘쳐 시작조차 어려웠다. 글에도 여러 장르가 있고 단순히 글을 쓰고자 한다면 일기나 습작으로도 충분할 터인데 나는 나 혼자 글을 쓰는 자기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읽혔으면 했다.      


 일단 써보고자 해서 시작한 것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참여한 100일 글쓰기다. 100일 동안 매일 한편씩 글을 올리며 글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수동적인 성격으로 자발적으로 시작해서는 중도 포기할게 안 봐도 비디오였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분석한 빅테이터 결과 나는 약간의 강제성과 미션이 주어져야 몸을 움직이기에 돈을 지불해서라도 이 프로그램의 참여할 목적이 분명했다. 함께 시작한 참여 기수자들은 대략 20명 정도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100일 후 100일 동안 글쓰기를 유지하고 수료한 사람은 채 5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10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냈다. 100일 동안 글쓰기를 유지한 그 5명 중에 나도 있었다. 하지만 성취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게 글 쓰는 습관을 100일 동안 유지하고 100일이 끝난 뒤 다시 100일 동안 글쓰기를 유지한 것이 무색하게 글을 쓰지 않았다.     

정말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하루에 한 편씩은 써야 되는 게 아닐까? 스스로 내가 정말 글쓰기를 원하고 좋아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 글쓰기가 컨셉진에서 진행한 인터뷰 프로젝트다. 한 달간 진행자가 질문을 보내면 그 질문에 답변을 하고 그렇게 쌓인 한 달간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주는 솔깃한 프로그램이었다.

한 달간 인터뷰를 하며 글을 정리할 수 있었다. 평소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글감과 주제에 대한 고민이 많아 글을 쓰기 어려웠는데 이 프로젝트는 호스트가 주제를 던져주니 이 또한 수동적인 나에게 찰떡인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일단 내가 쓴 글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책이 손에 쥐어진다는 점.

내가 만든 책을 읽는다는 손맛과 눈 맛? 은 정식 출판이 아닌 책이지만 성취감이란 감정을 만져볼 수 있어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지금. 독립서점 5km books에서 참여한 브런치 작가 도전기로 한 달간 네 편 정도의 글을 완성하여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고, 합격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5km 프로그램에 가장 큰 장점은 타인에게 나의 글을 피드백받을 수 있다는 점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은 스스로가 읽었을 때 한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객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매주 쓴 글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으며 나의 글이 타인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점도 자신감이 없는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ing 지속하기   


이제 브런치 작가로 막 활동을 시작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쓰기가 취미예요.라고 하기까지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글을 많이 쓰고 싶은데 쉽지 않다.

일단 연재하고 있는 시리즈를 올해 안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누군가에게 읽히고 영향력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포부가 그냥 순수하게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잡아먹어 글쓰기가 중단되지 않도록 일단 묵묵히 계속 써봐야겠다.

글쓰기에 있어서는 적어도 시작은 시작으로써의 의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 아니다.

시작을 했으면 엉덩이를 무겁게 해서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본질에 집중해서 다시 글쓰기에 재미를 느껴보자.


작가의 이전글 진짜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