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그런 건 오피스에 물어보세요~"
"Hello, Ms. Hayden. How many days are allowed to be absent from school?"
(헤이든 선생님, 안녕하세요? 1년에 학교를 결석할 수 있는 날짜가 얼마나 되나요?)
"Actually, I do not know. You can ask the office."
(사실, 잘 모르겠네요. 오피스에 물어보세요~)
모든 것을 이메일로 소통하는 캐나다 학교.
9월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내 이메일은 어느 때보다 바빴다.
학사일정이 이메일로 왔고,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의 레터가 왔다. 출결 사항이나 등하교 시간 등이 궁금했던 나는 질문이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답장'을 눌러 위와 같이 결석 가능 일자를 물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어머님, 그건 오피스에 물어보세요~"
우리나라 중학교 교사로서 매년 담임교사를 맡아왔다. 한국의 교사들은 학교의 출결 규정에 대해 3월 초 안내받는다. 이 매뉴얼대로 각 학급의 25명의 학생들의 조퇴, 지각, 결과, 결석을 체크하고 사유를 묻고 각 출결 사항에 대한 필수 서류를 취합한다. 1년에 교외체험학습으로 출석 인정이 되는 결석 일수는 총 20일, 법정 출석 일수가 63일 미만일 경우, 학생은 유예 처리가 된다. 이런 행정사항들은 학부모가 물어보면 무조건 즉각 대답했다. 왜냐고? 그건 담임교사의 일이니까.
캐나다 선생님들은 정말 모든 행정 일에서 자유로운 듯했다.
"선생님~ 아이 스쿨버스는 몇 시에 어디서 타나요?"
"어머님, 그건 버스 위원회에 물어보셔야 해요."
"선생님~ 간식 데이에 먹는 간식비 이체가 잘 안 되네요."
"어머님, 그건 오피스에 물어보세요."
한국 교사로서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아니 다 오피스에 물어봐야 하는 거였어?~"
한국 공립 중학교의 담임교사가 담당하는 행정 일을 생각해 보면 캐나다 교사가 부러운 걸 넘어 우리나라 교사가 정말 이걸 어떻게 다 하고 수업까지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8시 30분 아침 조회를 들어가 학생들의 출결사항을 체크한다.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동글이 자리가 비어있다.
동글이에게 전화한다. "어디니?"
동글이가 전화를 안 받으면 어머님께 전화를 드린다. "동글이가 아직 안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복도에 들어서는 동글이. "늦지 마~"
8시 50분 1교시가 시작된다.
보통 하루에 많으면 5시간, 적으면 3시간의 수업을 해야 한다.
중간중간에는 행정일을 본다.
메신저에는 학기 초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취합해야 할 서류가 한가득이다.
- 개인정보동의서
- 우유급식 신청서
- 연락처 확인
- 도서관 미반납자 확인
- 매달 각 교실 시설 안전 점검
- 우유급식비 연체자 연락
그리고 각 교사는 행정 업무 담당이 또 따로 주어진다. 나는 기초학력향상 업무, 동아리 활동, 학생생활지도 등 다양한 업무를 배정받았었다. 동아리 부서를 만들고 각 교실을 배정하고 아이들을 적절한 인원으로 배정하는 것까지 모두 교사가 해야 한다.
8시간 근무 중, 5시간 수업을 하고 나면 행정일과 수업 준비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러다 학급에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한 학생, 비행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있으면 사안들을 해결하고 아이들을 상담해야 하는데 깊게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 때가 많다.
캐나다 교사는 이런 것들을 모두 오피스가 대신해준다. 우유급식 같은 간식 데이 신청은 모두 오피스에서 이메일이 왔었다. 아이들의 연락처 취합도 모두 오피스에서 이메일을 보냈다. 정말 교사는 교육만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개개인의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어려운 것은 없는지 더 잘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끔 ADHD 아이가 약을 먹고 갔는데 오늘 부작용은 없는지 약효는 잘 있었는지 피드백을 달라고 요청해야 할 때가 있다. 한국의 교사가 얼마나 하루를 꽉 채워 행정 업무와 학급 관리에 에너지와 시간을 소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선 이런 부탁을 할 때마다 너무 죄송하다.
"그건 오피스에 전화하셔야 해요~"
한국의 교사들도 행정일에서 자유롭고 싶다. 온전히 아이의 학습, 아이의 생활, 아이의 마음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다. 그런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