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맥시멀리스트가 되었을까
캐나다에 살면서 운전하는 것이 재밌어졌다. 그 이유는 딱 두 가지.
대자연의 하늘과
각양각색의 캐나다 하우스들.
집이 아니라 '하우스'라고 표현한 이유?
집이라고 하면 여긴 아파트 같은 콘도부터 타운하우스, 그리고 우리나라로 치면 전원주택인 '하우스'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 나는 '타운하우스'를 구했다. ADHD 아이인 세모, 그리고 아직도 방방 뛰어다니는 아니 뛰어다녀야 하는 어린 네모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가져본 뒷마당 backyard에 마음이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설렜던 기억이 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캐나다인들. 그들의 '하우스'살이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데 집이 있다고? 할 만한 곳에도 그림처럼 집이 지어져 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가끔 열려있는 그들의 차고(garage) 안을 슬쩍 바라볼 때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캐나다 가족들은 차고에서 뭔가를 항상 뚝딱 거리고 있다. 그리고 늘 그 앞에는 캠핑카나 트레일러가 주차되어 있다. 이들은 여가 시간에 항상 집을 고치거나 캠핑카를 타고 가족들과 어디론가 떠나는 듯했다.
"A boat parked in a front yard?!"
집 앞마당에 주차된 보트라니?
이 사람들은 미니멀리즘 따위 모르는 걸까? 집 앞에는 핼러윈이라고 펌킨을 잔뜩 놓질 않나, 차고에는 온갖 장비들이 가득, 트레일러와 캠핑카 이외에 이젠 보트까지.
한국에서 살면서 내가 어떻게 여가를 보냈었나 돌아보았다. 맛집을 미리 예약하거나 아이들과 키즈카페를 가던 일상들. 집에 있으면 아이는 뛰지도 못하고, 작은 축구장에서 친구들과 투닥대며 싸움이 나던 그런 일상들. 바쁠 일도 아니었는데 마음은 무척이나 바빴던 날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그 구조의 33평 아파트에서 어떻게 정리하는지 열심히 공부하고, 어떻게 물건들을 비우고 비워야 바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부단히 연구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해 왔다. 아니 그래야만 했던 것 같다.
'미니멀리즘'은 사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에서 언제든 재정비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덜 가짐으로써 덜 잃는 것이기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굉장히 비슷한 문화, 아파트의 모양마저 비슷한 우리나라도 어느새 미니멀리즘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캐나다인들은 미니멀리즘 따위는 모르는 사람들이네. 이렇게 물건을 다 이고 지고 산다고?'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미니멀 vs. 맥시멀로 나눌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에겐 집이 곧 가족의 역사고, 집이 그들의 여가고, 집 앞에 주차된 캠핑카와 보트는 가족과의 '시간'이었다.
그들의 집에는 아이를 위한, 아빠가 만든 비뚤어진 미끄럼틀이 놓여있고, 커다란 나무엔 그들의 아이의 웃음이 흐르는 그네가 걸려있다. 넓은 앞마당에선 아빠와 아들이 캐치볼을 하염없이 던지고 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어느 날, 길을 걷는데 나무나 화단에 이런 표지판이 놓인 것을 자주 보게 되었다.
"In memory of a loving mother"
그들에게 집은 그런 곳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시간, 추억 모든 것을 담는 곳.
진정한 맥시멀리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