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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Oct 02. 2024

캐나다 아빠들은 왜 출근을 안 할까

왜 다 집에 있으세요?

캐나다에 온 지 2달이 지났다. 영어를 하는 나는 꽤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다. 영어 하는 '나'와 우리말을 하는 '나'는 성격이 다르다. 언어에 담겨있는 문화가 말하는 이의 성격마저도 바꾸는 걸까? 난 이곳에서 낯선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How are you doing?" 그리고 어느 정도 친해지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묻곤 한다.


"What do you do?"

이곳에서도 아이가 어린 경우에는 엄마들은 일을 하기보다는 아이를 케어하는 데 집중하는 문화가 있다. 또는 Part time job, 일종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의 아빠에게 묻는다. 직업이 무엇인가요?


그들의 직업은 참 다양했다. 대부분 회사원이긴 하지만, 이런 일도 있구나 할 정도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놔야 하는 직업도 있다. 들어도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교사로서 학교에 일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만 만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 아빠는 북유럽의 회사와 캐나다의 회사를 연결해 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했고, 옆집 아빠 역시 글로벌 회사에 다녀서 밤에 일하고 낮엔 잔다고 했다. 또 다른 아빠는 인도인들의 이민을 돕는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아! 최근에 만난 아빠는 AI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무슨 일을 한다고 했는데... 도저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Where is your office?"

그다음 질문으로 오피스가 어딘지 가끔 물어보곤 한다. 스몰톡으로 출퇴근은 힘들진 않은지, 캐나다의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오늘까지 네 명의 아이 친구 아빠들을 만나고 나서야 알았다. 내 친한 캐나다인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At home."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을.


네 번째로 만난 아빠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집에서 일을 많이 하냐고. 그는 말했다.

"코로나 때 이후로, 다들 집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고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알아서 그냥 이대로 쭉 가는 거야. 다시 오피스에 나오라고 하긴 하는데, 다들 반대하니까."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러 나왔다. 옆집 아이 아빠가 나와 인사한다. 북유럽 회사원들과 줌 미팅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간다고 한다. 학교에 가니 AI 관련 일을 하는 아빠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와이프가 온라인으로 일하는 날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반갑게 아빠를 맞이하고 아빠는 아이들의 작은 백팩을 등에 메고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여유 있게 바라본다.


주말에도 회의를 준비하러 회사에 갔던 남편이 떠오른다. 일이 끝나지 않으면 평일 밤까지 남아서 저녁을 거르고 일하던 날들까지.


오늘 우리나라 기사에는 '10년 초저출산' 주범이 "여성 고용률 상승, 수도권 밀집"이라는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 고용이 되는 것이 출산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나라가 초저출산인 이유다. 엄마도 아빠도 고용이 되어도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이미 AI시대, 온라인 재택근무의 시대는 불가능하지 않다. 모두들 알고 있다.


다만, 우선순위를 모를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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