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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Nov 03. 2024

ADHD 아이를 위해 이민까지?

캐나다 ADHD 콘퍼런스에서 만난 이들- 중국에서 온 아빠

Centre for ADHD Awareness in Canada(CADDAC)이라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ADHD인들을 위한 비영리 기관에서 매년 주최하는 ADHD Conference에 참여했다.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으로만 보던 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설렜다. 아침 일찍 나서며 강연을 어떨까... 사람들은 어떨까... 이런 행사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한국에선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행사라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주차장에 갔는데 주차장이 꽉 찼다. 이렇게나 사람이 많구나. 다른 주차장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나오는데 옆에 차를 세운 한 캐나다 아주머니께서 콘퍼런스에 왔냐고 물어봤다. "네. 전 이번이 처음이에요."

"What brought you here?"(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고 ADHD 아이를 키워요."

"당신도 진단받았나요?"

"아뇨. 근데 아마 저도 한국 가면 진단받게 될 것 같아요."

"저는 40대에 진단받았어요. 두 딸이 ADHD 진단을 받고 나니 저도 ADHD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전 ADHD 코치가 되었죠."

행사장에 들어서며 가장 놀란 것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단 것. 노후에 ADHD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잠시 세모의 먼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3개의 강연장에서 3개의 강연이 동시에 이뤄지고 오전 2개 세션, 오후 2개 세션으로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나는 첫 시간에 ADHD 아이의 학습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유튜브에서 다루려고 한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앞에 있던 한 아시아인 남성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오늘 선택한 강연 주제들


"Hi. Where are you from?"

같은 아시아인이지만 그의 발음을 듣고 한국인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I'm from South Korea. What about you?"

"I'm from China."

중국에서 온 남성이었다. 자신의 딸이 조용한 ADHD를 진단받아 딸을 더 이해하고 싶어 왔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진단받은 건가요?"

"아뇨. 중국에서 진단받고 아이를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왔어요."

"ADHD 때문에요?"

"네."

정말 아이의 ADHD 때문에 캐나다에 이민을 오는 사람이 있다니. 그의 대답에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앉아 식사를 함께 했다.

"중국에 대해 많이 궁금해요. 중국에서 ADHD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떤가요? 한국은 부모님들이 너무 힘들어요."

"Same."

"그럼 약물 치료는 어때요? 한국에선 약물치료나 진단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요."

"Same."

그는 연신 "Same" 똑같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던 그가 나에게 물었다.

"중국은 아이들이 ADHD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요. 공부를 많이 해야 성공할 수 있고 ADHD 아이들은 거기서 계속 지적만 받고 성취하기가 어려워요. 한국도 그런가요?"

"Oh, yes. Same."

씁쓸한 웃음이 오갔다.


"캐나다에서 ADHD 아이를 키워보니 어떤가요?" 그는 캐나다에서 10대 ADHD 아이를 키운 지 3년이 되었다고 했다.

"여기가 더 좋아요. 중국에선 아마 아이가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중국, 일본, 한국은 왜 그렇게 아이들이 힘들게 공부를 해야 할까요?"


 갑자기 우린 마치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들처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우리 아시아 국가에서는 직업 시장이 한계가 지어져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실패'로 생각한다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기 어렵고, 다른 기회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격하게 공감했다.


'중국도 다를 게 없구나.'


 반면, 캐나다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공부를 못하더라도 다른 분야가 있고, 또 실패한다 해도 다시 다른 일에 뛰어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 나라라고. 무엇보다 가성비 떨어지게 많은 학습량을 감당할 필요 없다는 점에서 캐나다는 ADHD 아이의 정신 건강에 매우 좋은 나라라고. 그와 나는 계속 서로를 바라보며 끄덕였다.

 

 점심을 마치고 다음 세션 강의를 듣기 위해 옆 방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가족을 위해, 학생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모이는 자리라니.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오늘의 하루를 돌아보는 지금.

마치 미래에 다녀온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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