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아 정말 때려치고 싶다.'
지난 여름 플래닝 시즌에 내 증상은 극에 달했었다.
어차피 코로나로 인해서 출퇴근도 안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근'이라고 해 봐야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북 챙겨들고 집 근처의 커피숍으로 이동하는 5분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떠서, 노트북을 집어들고 커피숍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켜기 전까지, 그 모든 움직임 하나 하나가 내 몸안의 모든 세포들의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만 두겠습니다.'
이 말이 목구멍 바로 아래에 항상 걸려 있었다. 누군가 건들기만 하면, 툭하고 내뱉을 것만 같아서 내 자신이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동시에 내 이성은 대안을 만들어 놓지 않고 무작정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은 더 큰 스트레스를 불러올 뿐이라고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갔고, 급기야 불면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내가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와이프와 아이들에게는 미리 이야기를 해 놓은 상태였다. 정 안되면 휴직을 할 수 도 있다고. 아내는 마지못해 동의해 주는 눈치였다. 당연히 열렬한 환영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이 휴직을 하겠다니.....
그러다가, 8월말쯤 드디어 뚜껑이 열려버렸다. 마감날짜에 쫒겨 전날 자정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일을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계속 업무를 보던중, 드디어 내 머릿속의 퓨즈가 나가버리는 것을 느꼈다. 평소대로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던 아내에게 나는 '오늘 회사에 휴직을 하던 퇴직을 하던 이야기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머리를 감으면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서 저주를 퍼부었던 것 같다.
'될대로 되라! 젠장!'
이 때의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아마 폭주하는 에바1호기를 연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