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오늘 휴직을 하던지, 퇴사를 하던지 회사에 얘기를 해야겠어!"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던 아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그런 아내를 뒤로 하고, 샤워를 하고 들어간 나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세상에 모든 저주를 퍼부었다.
무조건 밀어부치기만 하는 상사도 꼴보기 싫었다.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타임라인을 맞춰주지 않는 카운터 파트들도 지금 내 눈앞에 있다면 주먹으로 한대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를 둘러쌓고 있는 모든 환경이,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회사에서 이렇게 힘든데, 아무 생각없이 희희낙낙하는 가족들도 원망스러웠다.
전투같은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분위기가 좋을리가 없다. 아내는 애써 무심한 척 표정을 유지하고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눈치가 없지는 않아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 챈 것 같다.
아침을 먹으려 내 자리로 가서 앉으려는 때, 거실 창문에 달라붙은 한 벌레가 눈에 들어왔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의 벌레였다.
몸통은 전체가 녹색이고, 꼭 벌처럼 보이기도 하고, 날개미 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몸의 마디 마디가가
모두 제법 통통하고 전체 길이는 어른 검지손가락 길이만 했다.
'우리집은 32층인데, 대체 어디서 이 높은 곳 까지 날아와서 달라붙어 있는거야?'
신기한 모습의 녀석이 붙어 있는 유리창 위를 손가락으로 툭툭쳐보고 제법 세게 내리쳐 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불러서 이 신기한 모습의 벌레를 구경시켜 주었다.
이 녀석 덕분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다소 풀렸다.
얼마전에 딸애에게 알려줬던 영어 표현이 생각났다.
'Hanging in there!'
문자그대로 매달려 있다라는 뜻고 되고, 힘든 상황에서 겨우 버틴다는 의미도 있다.유리창에 매달려 있는 그 벌레를 보고, 딸에게 설명해 줬던 그 표현이 생각난 것이다.
'버텨라'
그 벌레가 꼭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버텨라, 한 낯 미물인 나도 이렇게 매달려서 버티는데, 넌 못 버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