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창문에 매달려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그 벌레녀석을 보고 있자니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 녀석은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고 매달려 있는 것일까?
뭐하자고 지금 이 높은 곳 까지 올라온 것일까?
나도 마찬가지다.
뭐하자고 이렇게 외국까지 나와서 아둥바둥 거리고 있는 걸까?
또, 뭐가 그렇게 싫어서 이렇게 매일 열폭하고 있는 걸까?
묘하게 어느정도 진정되는 마음으로 항상 일하는 커피숍으로 내려갔다.
거의 매일 보는 커피숍 직원들은 이제 내 이름과 내가 항상 주문하는 메뉴도 안다.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기 때문에 내가 입구에서 앱에 바코드를 찍으려고 서 있는 동안에,
이미 컵에 얼음을 담아놓고 커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 말레이시아에서는 어딜 가나 앱으로 바코드를 찍어야 한다.)
덕분에 다른 메뉴는 시킬수도 없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한 쪽 테이블에 현지인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명에 내가 예전에 일하던
회사의 선배 한 명을 무척 닮았다.
너무나 닮아서 혹시 그 선배가 아닌가 하고 주의깊게 바라볼 정도였다.
그런데 그 선배는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매니져로 승진한 뒤, 비용정산 관련해서 컴플라이언스 위반이 발견되어 매니져에서 강등되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 둘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의외로 퇴사하지 않고 회사를 계속 다녔었다.
아마도 다른 대안이 당장 없어서 였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통상은 그런 일을 겪으면 당장 대안이 없더라도, 자존심에서건 열받아서건 퇴사하기 쉬운데,
그렇게 버틸 수 있다는게, 어쨌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선배를 매우 닮은 현지인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신기했다. 미신은 물론 종교도 믿지 않는 나이지만, 이 쯤 되면 온 우주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버터랴'....
'버티라고....'
'한 갖 미물도 유리창에 매달려가며 버티고, 불미스러운 일로 매니져에서 강등되었던 사람도 꿋꿋하게 그냥 버티면서 다니는데, 너는 왜 못해?'
라고 내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