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Oct 13. 2022

[오늘의 인생] 꿈 많은 사람이 모든 것이 되는 법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보다 열등하다는 전제 부수기


'너에게 허용된 정체성은 하나뿐이야.
자, 어떤 것을 선택할래?'



2022년의 연차휴가를 맞이해 커리어 코치이자 강연가, 블로거, 사업가이자 작가인 에밀리 와프닉의 저서 '모든 것이 되는 법'을 네 번째로 다시 읽었다. 읽을 책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항상 부족한 이 세상에서 같은 책을 여러 번 정독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 책은 나에게 일종의 지침서이자 위로다.


모든 것이 되는 법



세상은 으레 제너럴리스트가 아니라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너럴리스트는 전문가가 아니며, 스페셜리스트야말로 진정한 직업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세상이 나를 어찌 바라보든 나는 제너럴리스트의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그리고 학제적인 분야에서 보다 열정을 탐구하도록 타고났다. 물론 다능인으로서 (이 책에 따르면) 지적 호기심을 타고났으므로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깊은 분야(회계, 재무 등)에 대한 학습에도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한 사람들과 깊이 관계하며 장기적인 프로젝트 비전을 제시하고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인용하자면 '브레인스토밍을 즐기고 원대한 프로젝트들을 구상하며 상황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즉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나는 대학 시절 수십 명의 학회원들을 이끌어 2시간 러닝타임의 연극을 기획하고 무대를 올렸으며, 세 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직접 집필한 중편 영화 시나리오로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외에 비즈니스 컨설팅, 전략 마케팅 분야에 큰 관심을 가져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거쳤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1년 간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마케터로  첫 직장을 잡은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프로덕트 매니저로 직무를 전환했으며,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유튜브 등 사이드 프로젝트에 여럿 도전하며 개인적인 관심사를 확장해 나갔다.


이 책은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분야나 관심사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왜'를 따라가다 보면 유사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내 관심사들은 여러 전문가와 함께할 때 시너지를 내는 학제간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영화 제작과 마케팅, UX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능인을 위한 대표적인 분야다(p237~238).



'당신은 복잡하고 미묘한 생명체다.
당신은 모순되는 점과 놀라운 점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장점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인생에서 단 하나의 천직을 만나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내 열정이 닿는 분야라면 도메인/산업이 무엇이든, 방식이 어떻든 결국 재미있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단 하나의 천직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일년 일년마다의 나는 다른 사람이고, 시기마다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관심사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능인의 슈퍼파워 5가지도 아이디어 통합, 빠른 습득력, 적응력 그리고 큰 그림 사고력, 연관짓기와 통역하기다.


슈퍼파워 2. 빠른 습득력
우리는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대해 (때로는 거의 강박적일 정도로) 열정적이다. 우리의 열정은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흡수하도록 이끈다. ......
컨설턴트인 JB 프루니에는 지난 직장에서 이를 실제로 경험했다. "저는 '그게' 무엇이 되든 '한번 시도해보자'는 스타일로 알려졌어요. 저의 재능은 아주 전문적인 저의 동료들이 미지의 분야에서 느끼는 망설임을 무시하는 데 있었어요."


이 책은 사회적인 통념과 달리 다능인, 그리고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강점을 제시하고 이 강점을 강화할 수 있는 실전적 전술을 안내할 뿐 아니라 다능인을 정말로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더 이상 이전만큼의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될 때(책에서는 이를 '마무리짓는다'고 표현한다.) 다능인은 죄책감, 불안감, 그리고 일종의 수치심까지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능인에게 가장 감지하기 힘들고 답답한 문제는 자기회의감이다. ...... 우리의 다재다능함을 받아들이더라도 긴 시간 동안 쌓여온 불안감이 가끔씩 고개를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p202, 204)'


가장 위로가 되었던 문장을 공유한다.

당신이 하는 일이 곧 당신은 아니다. 변화는 당신의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도구가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직업이 아니다. 당신은 '음악인', '선생님', 또한 '엔지니어'보다 더 큰 존재다. 당신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전부다.


'모든 것'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 에밀리 와프닉의 TED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4sZdcB6bjI8





전문가에 대한 니즈가 많지만,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은 한 문장으로 규정짓기 쉽지 않다.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가짓수나 규모, 현재의 연봉이 그의 역량을 전부 대변하지는 못하니 말이다. 증명하기 어려운 만큼, 그리고 끊임없이 증명에 대한 압박을 느끼는 만큼 만성 임포스터 증후군(imposter phenomenon)은 오래된 친구다.

실제로 저자도 위의 TED 강연을 마치고 나서 '나는 다능인에 대해 자격증도 없는데(?)'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한다.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