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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은 Dec 12. 2023

구글 어스 VR

구글 어스 VR

박상은



우리 집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달리기 이전에 우리가 알 수 있는 지리 정보라는 것은 직접 몸으로 다닐 수 있는 머릿속에 있는 '동네'지도와 엄마의 손에 쥐어진 전국 고속도로 지도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달렸고 그제야 아빠는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 판암IC보다 대전IC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실시간 정체 구간의 정보를 라디오로 얻었지만 이제는 지도 어플을 통해 정체 구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판암IC로 빠져야 빠른지, 대전IC로 빠져야 빠른지 실시간으로 계획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지도의 모습이 바뀌는 것에 따라 지금 서있는 좌표값에 실시간으로 대처해야 하고, 지도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도를 통해 미래의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면 구글 맵과 네이버 지도를 통해 맛집의 평가를 확인하고 내일 갈 수 있도록 즐겨찾기로 표시해 놓고 그에 맞춰 미래의 계획을 세운다. 지도에 미래의 개념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구글에서는 지리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로 두 가지의 기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한 개는 인공위성으로 캡처한 이미지를 구현하여 실질적으로 자신의 현재 좌표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여행 계획 중에 가볼 만한 곳을 표시할 수 있는 '구글 맵'이 있다. 그리고 오늘 중점적으로 이야기해 볼 '구글 어스'가 있다. 구글 어스는 20페타바이트의 주소 데이터와 위성 이미지를 기반으로 지구 지형 전체를 스캔하여 3D로 구현하고 VR 착용으로 구석구석을 제약 없이 구경할 수 있도록 한다. 구글 어스는 연간 73억명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 수는 매일 2천만 개에 달한다고 밝힌다. 37년간 지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타임랩스 기능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세계를 전체적으로 데이터화한, 현실을 가상으로 구현해 낸 공간을 거니는 경험은 어떤 것을 변화시켰는가?


풍경과 미래

 내가 서 있는 곳의 위치 좌푯값을 알고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좌푯값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날씨 정보, 교통 정보 주위 맛집 정보, 관광 장소까지 지도 어플에 접속하는 첫 화면에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내가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해야 한다면 거기까지 가는 최소 시간, 최소 환승, 최소 도보 이동 시간을 상황과 성향에 맞춰 계획을 세워준다. 도중에 시위나 날씨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덤이다. 익숙한 장소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타지에 방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흥적으로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미리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한다. 최소한 효율에 맞춰서 말이다. 해외여행의 경우는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맵보다는 구글 맵을 이용할 때가 많다. 지도 위에 땅따먹기하듯 즐겨찾기로 가볼 만한 곳, 먹어볼 만한 맛집을 표시해놓으면 어느 정도 동선이 그려지고, 이미 그곳에 위치한 듯한 기분이 들고 한다. 굳이 사전답사로 방문해 보지 않아도 이미 그곳의 방문했던 사용자들의 리뷰가 미래 계획에 영향을 끼치며 아주 먼 미래까지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스트리트 뷰를 통해 출입구와 근처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는 한 번도 시간과 떨어진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비단 과거의 지형을 데이터로 쌓아둔다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의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공간을 통제하고 시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관습으로 인해 지도 위에서 우리는 길을 잃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것은 다가올 미래를 위한 예행연습으로, 실시간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거니는 장소는 그렇게 만들어지는가, 누군가의 평가와 추천으로 '도장 깨기', '뽀개기'해야 하는 핫플레이스들을 점령하며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장소와 과거

 비단 우리만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더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는 신체의 감각까지 지도에게 위임했다. 그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구글어스에 관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보면, 근래에 구글어스는 환경문제를 가시화하기 위해 타임랩스 기능을 제공한다. 대한민국도 지난 37년간의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인천공항이 들어서기 전 바다에 콘크리트 육지가 생기고 대교가 이어지며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단 초 만에 볼 수 있고, 최첨단 도시로 거듭나는 서울시의 산과 밭이 얼마나 사라지는지를 볼 수 있었다. 열대우림이나 빙하가 녹는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사라지는지도 볼 수 있었는데, 구글 어스는 타임랩스를 통해 양면적인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급격한 산업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문제와 더불어 인간이 이룩하는 모든 기술의 발전이다. 이 중첩된 37년간의 기록과 관찰은 어쩐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수집 당하고 있으며 그것은 시각적인 정보로 기록되지 않으며 일정한 규칙을 가진 인간은 해석할 수 없는 기호로 기록되고 있다. 

 과거의 데이터를 이용해 시각화하는 것에는 유튜버들의 구글 어스 컨텐츠 중 가장 주류인 '으스스한 곳 탐험하기'에 전격 활용된다. 으스스한 것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의 이유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지구 전체를 스캔할 때 위성, 항공 사진뿐만 아니라 직접 개인이 스캔했고 그것을 합성했다는 것에 있고 두 번째는 과거에 있었던 일의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는 주로 유적지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였다. 후쿠시마나 북한같이 아예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이 경우에 속한다. 이런 으스스한 공간을 목격하는 것은, 내가 가진 미지의 어떤 이미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움을 건드린다. 모순되게도 구글어스는 우리에게 지구의 모든 것을 시각화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구글 어스를 VR로 경험해 본 이들은 자신이 '신이 된 것 같다'라는 소회를 밝힌다. 


 구글 어스는 그저 지도를 보는 것에서 넘어서서 지도를 경험하도록 한다. VR로 3D 구현된 지형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유튜버들은 VR을 통해 지도 위를 걷는 경험에 대해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후기를 꺼내 놓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를 추측해 본다면 바로 구글 어스라는 지도가 실제 지형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엄밀히 따지면 얼마나 실제의 지형과 흡사한지, 얼마나 구현을 잘했고 폴리곤의 정밀도는 얼마나 비슷한지에 대해서 우리는 알 수 없다. 지구의 지형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를 들고 수치화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글 '어스Earth'라는 이름을 믿고 있고 '구글'이라는 기업의 지난 수십 년의 데이터를 믿고 있다. 실제의 경험을 믿는다기보다는 그런 것을 믿는 것이 훨씬 믿을만한 것이 된다. '실제와 똑같이 구현된 곳'을 인간의 시각이 아닌 신적인 스케일로, 날아가는 새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야로, 탈육체적인 감각으로 빌딩 사이를 날아가는 듯한 체험은 구글 어스의 게임적 요소를 통해 지도와 우리의 육체 감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다. 버드 아이 뷰를 넘어서서 VR을 통한 신체적 감각의 착각까지 더욱 '신'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구글 어스가 VR을 통해 지도를 기반으로, 지도를 게임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이 밖에도 구글 어스는 비행 시뮬레이터를 실행할 수 있었고 그것은 VR로 계승되었다. 만우절에는 땅따먹기 게임의 일종인 스네이크 게임을 선보인 적도 있었다. 구글 어스와 포켓몬 고의 개발자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것은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왜 이들은 지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활용하고 그 위에서 놀기를 계획하는 것인가? 

여기서 구글 어스가 가상공간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구 전체의 지리 정보를 그대로 스캔하여 폴리곤으로 구현한 가상공간. 실제와 닮았지만 이 공간 안에서 사용자는 선택적으로, 자율적으로 이전에 여행했던 여행지에 찾아가서 그때의 기억을 복기한다거나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 탐험을 가본다거나 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일정한 규칙을 정해 게임 플레이하듯이 지도 위에서 놀 수 있다. 우리의 변화된 감각은 이전과의 일상과 괴리가 있다. 지도는 이제 더 이상 내가 곧 가볼 장소의 약도가 아니다. 지도는 미래의 것을 상상하도록 하고 그 안에서 시각적으로 다가온다. 구글 어스VR로 그랜드 캐년을 가본다고 한들 실제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과 역사적 맥락을 경험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은 이미지로 다가와 그랜드 캐년의 아우라를 증폭시키거나 그것을 오히려 축소시킨다. 물론 둘 다 실제 그랜드 캐년과 사용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다면 극도로 시각적인 지도에 어떤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까. 첫 번째로는 위치 정보를 '제공' 받는다고 착각하는 것에 연관이 있다. 구글 어스와 구글 맵은 반년마다 업데이트되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우리의 사유지, 더 심하게는 우리의 얼굴과 행위 등을 포착당할 수 있다. 그것은 비단 시각적인 캡처뿐만 아니라 우리가 재미와 리워드를 얻기 위해 자의적으로 평가내리고 블로깅 하는 모든 것들도 포함된다. 그것들은 모두 구글의 수집 대상이 되며 이것은 다른 사용자들을 소비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꼴이 된다. 전 지구를 스캔하는 프로젝트가 알고 보면 지구를 평평한 이미지의 세계로 편입하도록 만들도록 일조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지도 앱은 여전히 북한과 후쿠시마 일대, 분쟁지역에 대한 정보 값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 지역들은 이전의 데이터가 남아있는 경우 선택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어쩐지 하나의 선전처럼 느껴진다. 북한의 경우가 심한데, 평양의 일부분 그것도 김일성과 그의 자녀들과 관련된 이미지만을 스트리트 뷰로 볼 수 있다. 또한 아예 군사와 관련된 지역은 까만색으로 칠해놓거나 아예 블러처리가 되어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트레버 페글렌이 이전부터 미술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을 '블랙 사이트'라고 부르며 그는 블랙 사이트를 통해 보여주지 않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과 블랙 사이트를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그곳은 모두가 알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모두가 알아서는 안되지만 구글은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완전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검열된 것을 보고 있으며 언제든지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배신당할 수 있다. SF적 상상력을 더하자면 당장 중동 지역이 폭파된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모를 수 있다. 신의 위치에 자리하면서 우리에게 신의 자리 일부를 할당하여 착각하게 하는 존재. 우리를 묘사하면 이렇다.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고 자유로운 이동이 마비되었을 때, 구글 어스 VR과 구글 맵은 '방구석 세계여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방구석 세계여행이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여행이라는 것은 방구석에서 가능한 일인가, 여행이라는 경험은 시각과 손의 감각에만 할당한다고 해서 성립되지 않다는 것을 '방구석'이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구글 맵과 어스를 통해 여행의 경험을 대처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리 정보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일에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우리를 실시간으로 대처하게 만들고 더불어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공간을 시각적으로만 소비하게 만든다. 풍경을 넘어서서 어떤 기업이 만든 폴리곤을 다각도로 보게 되는 것은 어떤 것을 변화시키는지에 꾸준한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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