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ing
작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동해로 떠났던 2박 3일간의 여행 중 처음 서핑을 접했고 묘한 매력에 빠져 한 달 넘게 동해바다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1년 정도 잊고 지냈던 서핑을 제주 생활과 동시에 시작했다.
유독 푸르게 빛나는 제주 바다가, 선선하게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제주 바람이 서핑에 빠져있던 그때를 추억하게 했고 다시금 욕심나게 했다. 절벽을 두른 서귀포 중문 바다에서, 하늘을 빼다 박은 월정리 바다에서 서핑을 배우고 연습했다.
부서지는 파도를 업고 미끄러지는 찰나의 순간도, 놓쳐버린 파도의 뒷모습을 보며 느끼는 짧은 아쉬움도, 지는 해가 파도 위로 뿌리는 감귤색 노을을 보며 보드와 떠 있을 때의 뭉클함도 내가 서핑을 좋아하는 이유지만
파도 위를 미끄러질 때 함께 서핑하는 이들이 띄우는 미소와 손짓, 좋은 파도를 기다리며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묶어주는 하나의 교집합으로 그날의 기억과 느낌을 나누는 소소한 자리들이 내가 서핑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홀로 보내는 제주살이 중 서핑으로 만난 인연들은 가끔은 술친구가, 가끔은 동네 형이, 가끔은 철없는 동생이 돼준다. 하나의 운동, 취미로 시작한 서핑이 이제는 일상의 일부분이 됐다. 나는 이런 서핑을 나누고 싶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바다 그리고 바람과 살로 부대끼고 감귤색 노을이 흩뿌려진 파도를 만지며 제주도와 가까워지는 느낌을. 그리고 어쩌면 그 시간 속에서 생기는 새로운 관계가 주는 따뜻함도. 이 모든 게 내키지 않는다면 바다에서 즐기는 취미 하나 배워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제주도는 눈으로만 담기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