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불행에 안도감을 느끼는 당신에게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의 단어다. 그래,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있을거야. 아니라고? 사실 대단한 감정도 아니야. 순간 스치는 미소, 안도, 어휴 딱하네 쟤보다 난 낫네? 이런 마음. 급 죄책감을 느끼며 애써 지웠겠지. 난 성악설을 믿어. 견딜 수 없는 건, 누군가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는데 그 대상이 나일 거란 망상이 들 때다.
나의 불행이, 나의 실패가, 나의 가난이, 나의 비만이,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과 만족을 준다 - 세상 비참하고 끔찍하고 무섭다. 아무도 제외할 수 없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점점 병들어간다. 가족을 친구를 동료를,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을 의심하면서 점점 괴롭고 외로워진다. 견고한 자아가 와르르. 자존감이 와르르.
그래, 못나고 이상한 생각이지. 그게 내 병이고, 이런게 심해지면 피해망상증이 되는건가. 그냥 내 마음이 요새 그래. 지난주는 월요일에 병원에 다녀오고 수요일에 그림 그리러 잠깐 나갔다 온거 외엔 계속 집에만 있었다. 아, 새벽 운동과 밤 운동도 했지. 왜 이렇게 마음이 미쳐 날뛰는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면 아주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건데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러다 아하, 내 길은 이거야 하고 깨우쳐서 돌진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숏츠를 전전하고 있으니. 요새 내가 홀딱 반해있는 정희진 선생님도 아직 진로를 결정 못하셨다고, 팟빵에서 그러셨다. 그 대단한 분도 아직 미래를 고민하는데 나같은 사람이 갈피를 못 잡고 있는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라고 마음의 안정을 얻어본다. (이것도 넓은 범주에서 보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인가??? 소오름)
이렇게 써 제끼고 나니 잔뜩 독이 올랐다가도 누그러진다. 그러나 곧 다시 깊은 우물속으로 서서히....감정기복이 심한건 호르몬 때문일까? 이 글을 읽고 나면 당신의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꿈틀거릴겁니다. 내 불안이, 나의 고통이, 나의 방황이 당신을 미소짓게 할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