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따를 아침저녁으로 하며 즐기던 라이프가 끝나간다.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오픈카를 겨우 2년 전에 인연을 맺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헤어지게 되었다.
요즘 애틋하게 매일 저녁 이곳저곳 어슬렁 거리며 이별연습 중이다.
내가 사는 곳은 바다를 끼고 있다.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도 오픈 에어링을 만끽할 수가 있다.
오늘은 마치 제주도에 와있는 착각이 들만큼 해안도로를 원 없이 달리며 그 시간을 즐겼다.
여름이라 풀벌레 소리와 파도소리, 개구리가 우는 소리까지 내 귓가에 머물렀다.
끈적이지 않은 조금은 시원한 바람이 살결에 맞닿아 기분 좋게 하는 시간.
며칠 뒤면 우리 가족은 4명이 된다.
첫 째가 4살 때 오픈카를 데려왔는데, 6살 때 보내게 되었다.
둘째가 태어나면 당분간, 아마도 4년쯤은 뚜껑을 열고 달릴 수 없을 것이라는 우리의 판단하에
보내기로 했다.
이별은 아쉽지만 오픈 드라이빙의 자유를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곱씹어보았다.
오픈카가 내게 오고, 경치 좋은 곳으로 어디 여행을 떠날지 정해놓고 많은 계획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단 한 곳도 여행을 가지 못했다.
아쉬운 데로 우리 동네를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콧바람을 쐬는 날들이 있었다.
동네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곳저곳 여러 곳의 공기를 마주했다.
덕분에 내가 사는 곳이, 내가 시간을 보내는 그 장소가 여행지가 되는 순간을 맛보았다.
1. 호미곶 해안 드라이브
이곳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갈 수 도 있지만 꼬불꼬불 산길을 택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당연히 산길을 택했다. 뚜껑을 오픈하고 달리니 멀미도 하지 않았다.
나무들 사이를 오고 가며, 알지 못하는 종류의 새들의 지저귐을 가만히 경청해보았다.
때마침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날들의 연속이라 만족감은 배가 되었다.
작은 어촌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곳은 처음이야'를 연발했고, 여긴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어야 했다.
해가 뉘엿뉘엿 들어가면서 붉은 오렌지빛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더 많이 어두워지니 포스코의 불빛이 내가 사는 곳이 포항임을 위풍당당히 알려주었다.
금세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꼬불한 길을 돌아 돌아 집으로 향하다 보니 아쉬워 경치 좋은 곳에 우뚝 서있는 커피숍에 들렀다.
꼭 커피를 마시기 위함은 아니다.
지금 느끼는 여유와 자유로움을 한층 더 느끼고 싶었고 조금 더 길게 여운을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라 하겠다.
2. 구룡포
외가 동네. 그래서 우리 이모들이 2분이나 살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고 명소가 되어버렸다.
이곳에 여행하듯이 간 것은 오픈카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서였다.
어릴 때부터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고 질리도록(?) 갔던 곳이라 성인이 되어서는 굳이 나 스스로 찾아서 다녀오지 않던 곳.
이곳을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물론 엄청 고소한 전복죽을 먹겠다는 일념 하에 진행되었다.
평일에 찾아갔더니 여행객이 없는 한적한 바다마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덩달아 너무 만족스러운 전복죽을 맛보았다.
식도락이 중요함을 깨달은 드라이빙이었다.
3. 경주 벚꽃여행
오픈카를 동경하기 시작한 것은 경주 벚꽃길 드라이브를 하면서부터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선루프로 빼꼼히 간간히 느껴보는 것이 아닌 뚜껑을 열어버려 흠뻑 적시듯 즐기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갈망하게 된 것이다.
오랜 갈망 끝에 나도 로망을 이루었다. 지겨우리만큼 뚜껑을 열고 벚꽃나무를 실컷 지나치고 흩날리는 벚꽃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벚꽃이 만개하는 그 잠깐의 일주일에서 열흘.
그 시간은 나에게 충만함을 안겨주었다.
1년을 기다려 일주일의 행복을 맛보았노라.
일상을 여행처럼 느끼며, 누리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축복인 것 같다.
당시에 밀려오는 행복감을 그대로 마음으로 누리고 기분을 만끽하며 충만한 감정을 꼭꼭 눌러 담는 일.
삶은 매일이 축제고 그것을 누리는 우리는 축복받은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