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0일 토요일
필라델피아 날씨: 새벽에만 약간 구름, 아침엔 맑아짐.
내 마음의 날씨: 그런 거 없음.
오늘 새벽에 폴과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 어제 저녁 폴이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해서.
동부에 사니까 이런 건 좋다. 동쪽 바다에서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뉴저지 바다를 향했다. 1시간 내내 차 안에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웹소설 이야기, 주변 사람들 이야기. 끊임없이 재잘재잘.
중요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피검사를 했다.
오후에 온 전화 한 통.
"I'm Sorry. It's negative."
우리는 그냥 울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다행이다.
폴과 함께 하루 종일 보낼 수 있으니.
차 안에선 그렇게 떠들던 우리가 바다에 도착하고 조용해졌다. 아침 6시 59분. 아침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Asbury park beach 해변 어디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낚시를 하는 남자 두명만 멀찌감치 보인다. 아빠와 아들인 듯.
파도소리가 들렸다.
해돋이가 시작되려고 한다.
우리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가 떠올랐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순간 낚시하던 한 남자가 우리 앞을 지나간다.
우리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또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저 아저씨 물고기 좀 잡았을까?"
"글쎄."
"짠, 나 핸드폰 배경화면 바꿨어."
"벌써 10시 10분이네."
"어? 그러고보니 오늘 10월 10일이야. 신기하다. 화면 캡처하자."
"와 이거 봐 봐. 여기서 누가 야외 결혼했나 봐."
"그러게, 꽃들이 떨어져 있네."
동부 바다는 우리의 실없는 소리들로 가득 채워졌다.
10월 9일 우리의 슬픔과 10월 10일 우리의 대화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이날의 나를, 이날의 우리를 정말로 쓰담쓰담해주고 싶다. 그냥 안아주고 싶다. 토닥이고 싶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고맙다고.
<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한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