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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안하나이하나 Oct 01. 2022

초짜입니다만 발리에선 서핑을 1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를 춤을 추듯 자유자재로 가르는 모습을 머리에 그려보곤 했다. 실상은 바다 수영조차 제대로 못하는 쪼다지만 상상 속의 나는 그 누구보다 멋지게 파도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한국에선 도무지 혼자 서핑을 배우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왠지 발리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왠지 '나 서핑 발리에서 배웠지~'하는 게 뭔가 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리하여 이번 발리 여행에선 꼭 서핑을 배우겠다 다짐했었다. 동행했던 언니가 먼저 한국으로 떠나고 꾸따에서 홀로 3일의 일정을 보내야 했는데 그간 서핑을 배우기로 계획했다. 첫날은 몸이 별로 좋지 않아 꾸따 비치의 비치 보이들의 동태를 살폈다. 하나같이 나보다 작고 마른 체구의 비치 보이들이 과연 이 너른 바다에서 나를 제대로 이끌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의심스러웠다. 흥정을 하는 것도 귀찮고 결국 클룩에서 서핑 수업 후기를 보다가 shofa라는 여자 쌤을 추천하는 글을 보고는 27surf에 연락을 했다. shofa와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하니 오전 수업이 이미 full이라 7시 첫 수업만 가능하다고 했다. 과연 오전 7시 수업에 내가 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솟구쳤지만 나보다 체구가 작은 비치 보이들에게 내 몸을 맡기느니, 검증된 여선생님한테 수업을 받는 편이 낫겠다 싶어 ' OK, see you tmr.' 하고 답을 보냈다.


shofa의 첫인상은 현재 내 PT쌤인 성희쌤과 너무너무 비슷해서 보자마자 나 홀로 친밀감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태닝 된 피부, 다부진 체격, 대찬 성격! 아침 7시는 좀 많이 피곤한 시각이었지만 그래도 shofa를 직접 보고 나니 베리 굿 초이스였단 생각이 들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수업이 시작되었다. 총 120분간의 수업시간 중 30분 정도를 해변에서 이론 교육을 받았다. shofa는 '무릎, 일어나, 앞에 봐'와 같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서핑의 기본자세를 알려주었고, 나는 '오케이 오케이'를 외치며 머릿속에 되뇌고 되뇌었다. 물론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이 모든 건 백지가 되었지만.


블로그에서 비치 보이들이 딜을 하면서 '한 번에 서핑 보드에 서면 돈 안 받을게~' 했는데 용케도 한 번에 서핑 보드에 섰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 글을 보면서 내 헬스 경력과 운동 신경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를 했는데... 아! 오만이었다.


shofa와 함께 바다에 들어가서는 우선 파도와 친해지는 연습부터 진행되었다. 바다 수영도 못하고 워낙 겁이 많은 데다 파도도 무서워하는 터라 저 멀리서 크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저 파도까지는 안 가지?' 하고 몇 번이나 물었는데 차차 시간이 지나고 물에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내가 그 높은 파도를 넘고 있었다. 파도를 넘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꺄오~ 워후~' 하고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왔는데,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고 shofa는 그런 나를 보면서 깔깔댔다. shofa가 깔깔대는 모습이 웃겨서 나도 깔깔대며 말했다.  


'oh~ it's like a rollercoaster! I cannot stop it. it comes out outomatically.'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속에 깔깔대는 두 여자의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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