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되물었지. 사랑할 준비가 되었느냐고. 나의 결핍과 불안을 투명하게 꺼내놓고선 재차 되물었다. 정말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준비가 되었느냐고. 어쩌면 약점일지도 모르는 마음들을 한 아름 꺼내 보여주며, 여기저기 헤진 마음들을 보여주며. 이래도 괜찮냐고 사랑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그때마다 당신은 망설임 없는 대답을 선명히 내놓았지만 정작 망설이고 있는 건 사랑의 모든 면을 알고 있는 나뿐이었다.
마침내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기로 한 날. 단단히 손깍지를 끼고 서로의 품을 파고들던 날. 기어이 당신을 사랑하고야 마는구나. 끝내 당신을 선택하고야 마는구나. 어떤 아픔이 와도 끝끝내 당신을 사랑하겠구나. 생각했다.
사랑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오래 사랑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당신의 말에. 영원 같은 건 함부로 약속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당신의 말에.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당장 내일이라도 먼저 해주지 못하겠다는 당신의 비정한 말에. 나는 결국 무너졌다.
사랑이란 이런 거야. 아름다운 동화처럼 살랑거리다가도 끝없는 지옥처럼 낙하하는 것. 잔잔한 오후의 호수 같다가도 요동치는 새벽 바다 같은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겠다는 건, 그 세상 속으로 감히 뛰어들겠다는 것. 사랑이란 그런 거야. 그러니까 나는 그 모든 걸 알면서도 당신을 사랑하겠다 약속했던 거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겠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