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아주 가끔씩. 깊은 시선으로 나를 들여다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옅은 시선 끝을, 살랑이는 손끝을 따라오던 사랑스러운 눈망울이 좋았다. 찰나의 눈빛을 읽어내고, 감춰둔 마음을 읽어내는 섬세함과 다정함이 좋았다.
하루는 자꾸 내 시선 끝을 쫓고, 손끝을 쫓으며 온기를 구석구석 채워 넣길래 멈춰서 가만히 그를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내가 관여되어 있는 모든 일들을 나보다 더 슬퍼해 주고, 나보다 더 기뻐해 주던 사람이었는데 숨결에서도 사랑의 향기가 나서, 구태여 묻지 않아도 사랑받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았다.
서로의 온기가 애틋하리만치 소중했던 그 시절에 내가 그의 세상이 될 수 있어서 기뻤고, 그가 나의 세상이 되는 게 슬펐다.
깨어진 마음을 가진 탓에 서둘러 채워 넣어도 스러지듯 불안을 느끼던 사람이었기에, 끝없는 불안마저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그를 보면서 알 수 없는 울음을 자꾸 흘렸다. 살아오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대가 없는 사랑이었기에, 더 그랬다.
어느 날에는 손끝을 꼭 쥐고 떠날 생각도 않고 있던 그에게 별안간 어디 가지 말라고, 두고 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소리 없이 울었다. 그런 나를 단단히 끌어안는 당신이 좋았다. 열 마디의 옅은 속삭임보다, 한 번의 짙은 온기가 더 깊이 가닿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받는 거야. 알려주었던 사람을 오래 간직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서, 여태 이렇게 당신을 떠올린다. 내 사랑이 불안할 때마다. 고단할 때마다. 자주 마음을 망설이게 될 때마다. 멈춰 서게 될 때마다. 그가 첫눈처럼 알려주었던 사랑을 더듬더듬 기억해 본다. 이내 선명해지는 온도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덕분에 당신 같은 사랑을 하며, 당신 없는 계절을 무사히 잘 지나 보낸다. 이제는 내 숨결에서도 당신 같은 사랑의 향기가 난다고. 단단히 손깍지를 끼고, 깊은 품을 내어주는 사랑을 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덕분에 나는 여기서, 다시 이 계절에서. 잘 지낸다고.
/ 사랑이 가득히 내리던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