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약속

by 재희


“보고 싶어.”

“얼마나?”

“음, 3,000만큼.”

당당한 내 대답에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당신의 맑은 웃음소리. “세상에, 정말 많이 보고 싶구나?” 하며 알아주는 그 마음이 좋아서 “응. 많이 보고 싶어.” 하고 선명히 그리고 투명히 마음을 다 건네 보이는 나.

우리 둘만 알아듣는 언어가 생겨나는 게 좋아.

비밀처럼 속삭이는 대화들이 좋아.

시답잖은 일이어도 언제든 이야기가 하고 싶으면 전화를 해도 괜찮다는 당신의 담담한 목소리에 마음을 동동 구르며 함박웃음을 짓는 여름밤.

언젠가, 매일 보아도 보고 싶었던 봄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었던 봄밤. 문득 당신이 내게 울지 말고 있으라는 이야기를 했던 밤. 순간의 망설이던 눈망울을 읽고는 그럼 울어도 괜찮으니 당신에게 이야기해 달라고 했던 밤. 당신이 여기에 있다고 이야기했던 밤. 안아주러 갈게. 그 한마디에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놓였던 밤이 있었다.

당신은 종종 다정해서, 더 깊고 짙은 사랑을 품게 만든다. 자주 다정을 건네야지. 자주 고마워하고, 자주 배려해야지. 섬세하게 당신을 들여다보고 아낌없이 사랑을 건네줘야지, 하고 다짐하게 만든다.

어느 새벽에 내가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 당신이 그렇게 해줄 거라고 했던 말도? 당신과 하는 모든 순간이 이제 내게는 더없는 행복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 고마워 내게 많은 행복을 안겨줘서. 더 깊고 짙은 다정과 사랑을 알려줘서. 당신은 이미 그날, 그 봄밤의 약속을 지켰어.

/ 봄밤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