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현 <악인론>
주어진 일상에 만족하고, 매일 감사일기를 작성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그녀는 말했다. "처음엔 늘 긍정적이고 구김 없는 오빠의 모습이 편했어. 그런데 이제는 좀 지치네." 그러고는 "그만하자"라는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이것은 20대 때 손수현 저자의 경험담이다.
별 능력은 없는데, 대책 없이 그냥 긍정적이고, 착하기만 한 사람에게 지치는 마음이 어떤 건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악인론을 쓴 저자 손수현의 분노, 그 악인의 출발 또한 그날 그렇게 깨달음으로 시작되었다.
<악인론>이라는 제목에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는 일원론적인 사람이 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악인'이란,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뜨라는 말이다. 그렇게 뜬 눈으로 세상을 보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나의 자리가, 나의 명분이 확실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비판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각성이 필요하다고 교과서적인 말을 하면 사람들은 금방 지루해지고, 그 뒷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말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비판 일기"를 쓰라고. 감사일기를 쓰며 대책 없이 긍정적이기만 해서는 자신을 책임질 수 없다고. 이 냉혹한 현실을 헤치고 자기의 자리를 확보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저자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느냐, 그렇지 않다. 그는 스스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른 정신과 치료 약 14알을 지금까지도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부정적인 것과 비판적인 건 아주 다른 이야기다. 부정은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라면, 비판은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감사일기와 비판 일기의 차이점은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긍정하기는 쉽지만 비판하기는 어렵다. 그게 자신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성장과 발전에 비판만큼 큰 원동력이 없다는 걸 우린 알지 않나? 다만 그 순간의 상처가 싫어서, 나의 전면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워서, 회피하는 것일 뿐.
스스로를 냉혹하게 비판하며 검열했기에 지금의 손수현을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비판이라는 거울에 비춰 본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계발하고, 성공이라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냉정하고 독하게 현실을 맨몸으로 관통시키며 노력했다.
우리는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물만을 바라보기가 쉽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뜨겁지 않다. 그 방법론을 일러줘도, 내가 실천하는 건 더더욱 먼 나라 이야기처럼 치부해 버리곤 한다. 그렇지만, 성공은 하고 싶고, 성공한 사람이 가진 그 돈을 갖고 싶은 욕구는 어느 누구보다 커서, 쉽게 돈을 벌게 해준다는 각종 서적과 강의들은 불티나게 팔린다.
요즘 ChatGPT로 쉽게 돈 벌게 해준다는 책과 강의가 쏟아진다. 속지 말아야 한다.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은 질문의 질에 따라 나오는 답의 질 또한 현격히 다르다. 텍스트 문서 기반으로 훈련된 ChatGPT의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만큼 아는 게 많아야 한다. 알기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저자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다. 손수현 저자 성공의 밑거름은 책이다.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읽겠다는 결심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대로 잘 읽히지 않아서 자기비판의 나날을 보내던 중 정신 확립을 위해 달렸고, 달리기 후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잘 읽혔다고 한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이해력도 높아지고.
달리기가 정말 싫지만, 책을 읽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일 달렸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싫은 건 조금도 못 견디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우리와 성공한 사람들의 큰 차이점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그 목적의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그 길로 가는 데 있어서 나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은 차단하라고 손수현 저자는 일러 준다. 가장 가까이 있는 방해꾼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가족은 실패를 미연에 방지시키려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아주 나이브 한 말이 그렇게 적절할 수가 없다. 실패를 해봐야 안되는 이유를 알고, 원인을 알아야 바꾸고, 고칠 수도 있다.
실패는 처방전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아프면 병원엘 가고, 의사가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전을 주면, 우린 그 처방전 대로 약을 먹고 완치한다. 도전이 병원이고 행동하는 것이 의사이며 실패가 처방전이라고 가정해 보자. 실패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실패를 해봐야 치료 약, 즉 성공의 길도 보이는 법이니까.
저자처럼 자신을 냉혹하게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일인지, 현재 그가 복용하고 있다는 정신과 치료 약 14알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행동해야 한다. 생각 속 관념만으로는 현실의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한 수만 가지의 창의적인 변명, 할 수 없는 오만 가지의 핑곗거리는 접고, 오직 앞을 향해 달리겠다는 각오와 행동만이 필요하다.
저자는 말하기, 쓰기, 주제와 목표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과 실천하기 액션 아이템을 제시해 준다. 행동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상대가 누구이든, 성공한 사람은 분명 나보다는 나은 사람이고, 그에게는 배울 점이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