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무 Jul 27. 2024

고치에서 갓 나온

한여름 국립수목원

  언제 끝일지도 모를 장마  한 중간,  지인들과 함께 광릉 수목원에 2주 연속 다녀왔다. 다행히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아 오전부터 28도로 시작해 점심쯤 32도를 찍었지만 그래도 오전 내내 카메라 가방을 지고도 다닐만하였다.


 잇달아 내린 폭우로 샛길로 가거나 숲길들은 안전을 위해 임시 출입금지 조치가 취해져 아쉬움이 있었지만 큰길을 따라 육림호 쪽으로 향해 걷다 호숫가에서 각자 가져온 커피와 간식거리로 여유를 즐기고 수도권 내 둘째가라면 서러울 피톤치드 발산 전나무 숲을 향하였다.


 일전의 숲해설가 분의 말에 따르면 밤새 축적된 나무들의 에너지, 피톤치드가 오전 11시경에는 피크로 발산된다고 하니 우린 이 전나무 숲길을 빼놓지 않고 걷는데 건강도 건강이려니와 쭉쭉 하늘을 향해 곧게 치솟은 전나무들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곤 하였기 때문이다.


 걷다 보니 밑동부터 잘린 전나무 그루터기에 아기 전나무들과 이끼 그리고 여러 이름 모를 식물들이 마이크로정원을 이룬 듯 시선을 끌고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소인국을 보는 듯했다.


나무그루터기에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신비롭게 보였다.

 이전에는 영화촬영도 하였다는 전나무 숲길, 이젠 전국 곳곳이 개발되고 세트장도 많이 만들어지니 이곳까지 오진 않는 모양인데 덕분에 유명세가 적은 이곳은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좋다. 아는 사람들만 안다고 해야 하나? 청량한 공기를 폐포 깊숙이 들이마시도록 숨을 들이쉬며 걷다 보면 공개된 광릉숲길에선 제일 높은 고갯길을 가쁜 숨으로 오른다. 짧은 구간이므로 '힘드네' 할 무렵이면 이내 내리막 길인 고마운 숲이다.


지인들이 저만치 앞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광릉 수목원은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이 시기엔 원추리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항상 밝은 노란색만 보여주던 원추리가 이곳에서는 다양한 색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 원추리도 이렇게 멋진 색을 발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껴보란 듯이.

곳곳에 다양한 원추리 꽃들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전나무 숲길 고개를 지나 내려오면 왼쪽으로는 열대식물자원 연구센터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국립산림박물관이 나오고 그 앞쪽으로는 넓게 무궁화 꽃 밭이 나오는데 온갖 다양한 무궁화 꽃들이 피어 있었다.

산림박물관 앞 다양한 무궁화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여름이면 열대식물자원 연구센터 앞마당에 수련과 같은 수생식물이 아리따운 자태를 드러낸다.

 수목원 산책의 마무리 단계에 봉선사천을 따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데크길을 걷다 보니 이상한 곤충이 눈에 띄었다. 몸통에 주황색 얼룩무늬가 있고 날개는 비틀어진 듯한데 비틀거리며 개망초 꽃대로 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필사적인 듯 보였는데 언뜻 보면 미친 곤충 같았다. 자세히 보니 제비나비였다. 제비나비가 갓 고치에서 나와 이제 날개를 피려는가 보다.

제비나비가 고치에서 나와 날개를 펼치려는 순간인가 보다.

 제비나비는 알, 애벌레, 번데기(고치), 성체의 네 단계의 생애 주기를 거치는데  고치에서 성체가 되는 이 시기를 변태(metamorphosis)라고 부르고, 대략  10-20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고치에서 나올 때 날개는 구겨진 형태로 접혀 있어 몸속에 저장된 체액을 날개의 정맥으로 펌프질 하여 날개를 확장시킨다. 이때 날개가 완전히 펴지면서 날개의 크기가 커지고 비로소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게 된다. 몇 시간 동안 날개를 말리고 강화시키는데, 이때가 가장 취약한 시기라고 한다. 이 고비를 넘기면 하늘을 비행하는 멋진 나비 일생의 하이라이트를 사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너울을 벗은 얼굴로 거울처럼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고 반사함으로써 그분과 동일한 형상으로 변화되어 영광에서 영광에 이릅니다. 이것은 주 영에게서 비롯됩니다. 고린도후서 3:18


  고린도 후서 3장에서는 우리도 주님의 영광을 주목하고 바라볼 때 주님과 동일한 형상으로 변화(μεταμορφόω 메타모후)된다고 말하며  로마서 8장에서는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과 같은 형상'이 되도록 정하셨다고 말하고, 요한일서 3장에서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그날 '우리가 그분과 같아지리라'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애벌레 같고 다소 징그러워 보이지만, 나비의 일생을 정상적으로 신실히 산다면 그날 주 예수님께서 오실 때 나비가 고치에서 나와 성체가 되듯 우린 주님과 같은 형상으로 화하여 영광에 이를 것이다. 이것이 믿는 이들의 소망이다.


 

작가의 이전글 꺾여진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