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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Nov 04. 2024

북쪽으로 가는 길 노르웨이-V

대서양 매서운 바닷바람과  로포텐 제도 땅끝 마을 오 (Å)

 () 마을은 레이네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아 아침에 다 같이 레이네 마을을 둘러보고 가기로 하였다.  비 섞인 안개와 구름은 아침 인사이고 부드러운 바람은 반갑다는 덤으로 하는 인사인 것이 레이네가 우리에게 하는 매일의 아침 인사법이었다. 한 번은 차로 이동 중에 다리를 건너기 전 실시간 풍속 안내 전광판에  풍속 15m/sec, strong breeze라고 표시된 것을 보았다. 우리에겐 상당한 강풍이 이들에게는 좀 강한 산들바람정도인가 보다.

 

 노르웨이도 바람 세기를 해안지역의 풍속에 따른 바다의 영향을 가늠하도록 고안된 보퍼트(Beaufort) 풍력 계급을 사용하여 분류하는 것 같은데, 로포텐 제도처럼 해안 지역에서 주로 쓰인다. 이에 따르면  strong breeze는 풍속 10.8-13.8 m/s) "강한 바람, 큰 가지가 흔들리고 우산이 잘 펴지지 않는" 정도라 하고  near gale은 풍속 13.9-17.1 m/s로 "약한 돌풍, 나무가 크게 흔들림"이라 하는데 로포텐에서는 이 정도도 강한 산들바람정도로 여기나 보다.


 우리 일행 외엔 간간히 여행객들을 마주칠 뿐 여전히 한가로운 아침이었다. 인구 밀도 높은 우리나라 생활에 젖어 있던 우리에겐 다소 이상한 느낌이고 좀 허전한 느낌을 주는데 이렇게 수개월 살면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형제 부부로부터 들은 노르웨이사람들의 문화 사회적 특성 중 하나는 개인주의적이며 자립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적지 않게 요양원에서 사망하게 되고, 병원에서도 사망하게 되기도 하는데 직원과 간호사가 뒤처리를 해주고 임종 시에도 가족들이 밤에는 찾아오지 않아 임종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이는 가족 간 관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향인데 가족이 함께 모여서 생활하고 서로 돌보는 이탈리아 같은 남부 유럽 국가들하고는 다른 성향을 갖는다고 한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국가의 복지 시스템이 이를 탄탄히 뒷받침해주고 있어서 더욱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북유럽 국가에서 일종의 사회 규범처럼 내려오는 ‘얀테의 법칙(Janteloven)’은 개인이 두드러지거나 특출 나게 생각하는 것을 지양하고 겸손과 평등을 중요시하면서 가족이라 하더라도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경향을 띠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죽음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도 이러한 태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삶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하고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효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북유럽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있고 고령화 사회에 따른 고독사 문제가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식보다는 덜한 것 같다.


김형제 님 부부가 쌀쌀한 아침, 구름사이 햇빛이 화사하게 비췰 때 포즈를 취하셨다.
S형제 부부도 노르웨이에서 인생 일 막을 마무리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며 레이네에서 한 컷
레이네의 또 다른 뷰포인트에서 마을을 담아 보았다.

 

오(Å) 마을, 레이네에서 멀지 않고 로포텐제도에선 땅끝마을이다.(출처:구글맵)

 아침 산책을 마치고 오 마을로 향하였다. 처음 오 마을에 갔을 때 아이들은 숙소에 머물렀고 어른들만 갔다. 오 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도 가을 정취로 풍경이 흠뻑 적셔져 있었다.

 첫 방문에서 우리는 마을로는 들어가지 않았을 뒤편 언덕과 바닷가로 난 길을 산책하였는데 단지 풍경이라 표현하기에는 장대하고 장중하고 굵은 선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의 풍광(風光)을 대하게 되는데, 단순히 보이는 절경 (絶景)만이 아니라 바람과 냄새와 기온이 어우러져 독특한 경험 해보지 못했던 자연을 마주 대하게 하였다.


 독특한 지형에 취해 대서양 바닷 쪽으로 좀 더 가보니 멀리 섬이 아득하게 보이고 더욱 해안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데 저 멀리 안개가 몹시 빠른 속도로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인지 그 흐름이 무척 빨랐는데 어어 하는 순간 갑자기 강하고 서늘한  바람에 옷깃을 휘날리기 시작하였다.

대서양 쪽 해안가로 갈수록 풍경은 더 도전적으로 바뀌어 갔다.
대서양을 바라보니 저 너머에 섬인지 연결된 육지인지 모르지만 아련하게 산봉우리들이 보였다. 점처럼 보이는 것이 갑자기 불어닥친 우박 알갱이들이다.

 아름답 장중한 풍광을 감상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안개 같은 구름이 강풍을 동반하며 갑자기 몰려왔던 것이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얼굴과 손등을 따갑게 때리며 차디찬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옷자락이 바람에 너풀거리며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내고, 몸이 날아갈듯한 강한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우박에 우린 서둘러 이 멋진 풍광을 뒤로하고 주차장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난생처음 온몸으로 맞는 이 낯선 기후가 신기하고 좀 더 마주 대하고 싶었지만 일행들이 서둘러 귀로에 접어들어 헤어지긴 너무나 아쉽기만 한 풍경을 뒤로하고 돌아다.


 로포텐 제도는 머무는 동안 온갖 날씨를 우리에게 다 선사하였다,  자욱한 안개, 초속 15m를 넘는 바람, 밤에 잠들만할 때 집을 흔드는 강풍, 우박에 비에 그러다 쨍한 햇빛에... 하루에도 날씨는 수시로 변해가며 예측 불가의 상황을 수시로 전개해 나가고 있었다. 인적은 드문드문한데 날씨는 다이내믹한 로포텐 제도의 묘한 분위기에 점차 우린 익숙 해고 있었다.

숙소로 점식사를 위해 돌아오는 길의 풍경은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며칠 후 우린 오 마을의 첫 방문에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였다. 이번에는 아이들도 함께 하였는데 이 날은 안개만 산 정상에 끼었을 뿐 바람은 그리 불지 않았다. 우린 먼저 짧은 산책로를 따라 오 마을 뒷산에 올랐다. 말이 마을 뒷산이지 장엄하기 그지없는 절경이 오를수록 펼쳐지고 있었다.

 

마을 뒷산 풍경이 이 정도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자매님들 세분이 포즈를 취하셨다.
혱제님들도


작은 마을을 이룬 집들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관광객들만 돌아다닐 뿐이었다.

 뒷산에 오르는 중 이끼 낀 바위는 전날 밤새 내린 안개비로 부끄럽고, 초지도 질척이는 구간들이 많아 조심스럽게 오르는데 한 면으론 이 절경을 감상하며 사진에 담느라, 또 한 면으로는 조심스럽게 걷느라 일행에 다소 뒤처졌는데 오르다 보니 오 마을 전경이 보인다.


뒷산에 오르니 오 마을 전경이 내려다 보인다.

 30분도 채 오르지 않는 짧은 산책 길이지만 내어주는 풍광은 여느 유수 트레킹 코스 못지않았다. 이런 자연 속에서 태어나 자라난 노르웨이사람들은 어떤 심성을 지녔을까?


짧은 산책 후 내려와 마을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거닐며 다 둘러보아도 40분을 넘기지 않을 정도의 크기인 작은 마을이었다.


 그런데 마을 산책 중 카메라를 목에 걸어 놓은 채 상체를 돌렸는데 렌즈가 분리되며 땅에 통통 튀더니 여러 번 구르며 나뒹굴어졌다. 135mm 단초점렌즈로 인물 사진 찍기에 최적화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산 것인데 황급히 주어 다시 본체에 끼우려 했으나 들어맞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연결부위가 약간씩 찌그러져 있었다.


 일은 벌어졌으니 어찌하랴. 오 마을 뒷산에서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 렌즈의 역할은 이번 여행에서는 끝나고 말았다. 속은 쓰렸지만 내색은 않고 처음 방문 시 장중한 풍경을 보여주었던 뷰포인트로 향하였다.

 대서양은 오 마을을 처음 방문한 강풍이 불어 바다도 흉흉했던 날에 비해  평온하고 잔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J가 저 멀리 대서양을 바라보며 서 있다. 풍경만 보면 을씨년스럽지만 사람이 우뚝 서 있으니 그 풍경이 의미가 있어지고 살아난다. 하늘과 땅과 사람, 그리고 이를 지으신 분

 이스라엘에 관한 여호와의 부담의 말씀이다. 여호와, 곧 하늘들을 펼치시고 땅의 기초를 놓으시며 사람 안에 영을 지으시는 분께서 이렇게 선포하신다.

 The burden of the word of Jehovah concerning Israel. Thus declares Jehovah, who stretches forth the heavens and lays the foundations of the earth and forms the spirit of man within him, 스가랴 12:1


 아무리 대자연이 광활하고 아름답고 장대할지라도 사람이 없으면 허전하다. 하나님께서 창조한  피조물 가운데 사람에게 두신 뜻이 크고 깊으시기 때문이다. 우리 사람 안에는 인공 지능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영(spirit)이다. 사람이 영적 존재이므로 대자연 가운데 우뚝 서 있을 때 남다른 것이다.                   


북유럽 로포텐제도의 선 굵은 풍광과 대서양의 변화무쌍한 매혹적인 사나운 날씨가 다 그토록 아름다웠 것은 고독하지 말아야 할 우리 사람들, 우리 일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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