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텐 트레일 등반을 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일행 모두가 감탄하고 만족했고, 레이네 마을의 멋진 전경을 높은 곳에 올라 감상할 수 있는 레이네 브링엔(Reinebringen) 트레킹 코스에 대해서는 계속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과 그 경사도가 가파른 것에 지레 질려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김형제님은 기회를 잡아 혼자라도 오르고 싶어 하였다.
그날은 강풍에 비가 예보되었고 섭씨 6도 정도의 날씨지만 체감 온도는 1도 정도라고 하였다. 우리가 머물었던 기간 중 제일 험할 것만 같아 여러 번 말렸지만 김형제님은 그래도 갔으면 하셔서 우리 일행은 형제님을 배웅할 겸 레이네 마을에서 레이네 브링엔(Reinebringen) 트레킹 코스로 가는 마을 외곽을 따라 난 길로 같이 산책을 갔다 오기로 하였다. 상황을 봐서 S형제도 같이 오를 기세였다. 아침식사로는 토마토를 오븐에 구운 것과 계란 삶은 것, 샐러드, 통밀빵, 아보카도 그리고 과일을 먹었다.
레이네에서 아침식사로 주로 먹은 음식의 전형적인 형태다.
예보대로 우중충한 하늘을 보여 주는 레이네의 날씨에 밤새 안개는 산 정상에 흰 눈 모자를 씌어 놓았다.
아침식사 후 김형제님은 등산할 차비를 하고 우린 가볍게 산책할 생각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는 후드득 오는 듯 마는 듯하였다. 가는 길 왼쪽으로는 바다가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살에 저 멀리 빛나고 있었고 우린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피곤하였는지 그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네 브링엔(Reinebringen) 트레킹 코스로 가는 길 왼쪽으로는 바다가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민 햇살에 저 멀리 빛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고 소나기처럼 내리기 시작하여 황급히 우산을 쓰고 트렌치코트의 옷깃을 여몄다. 날씨도 쌀쌀한데 비까지 오니 급격히 마음도 차가워졌다. 레이네 브링엔(Reinebringen) 입구에 다 달았을 때 김형제님은 오를지 말지 고민에 빠졌는데 강풍에 비까지 오니 산 위에서 위험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구주위에는 젊은 친구들이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메고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도 이곳을 오를지 고민 중인 것처럼 보였다. 그때 한 백인 젊은 여성이 혼자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우린 다 속으로 감탄하며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는데 결국 김형제님은 오를 마음을 접었고 우린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뒤를 돌아보니 앞서 올랐던 그 여성이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위협을 느꼈는지 오르기를 포기한 것 같았고 주변에 서성이던 젊은 친구들도 하나씩 둘씩 그 자리를 떠나 돌아가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레이네 브링엔(Reinebringen)은 우리 일행에게 자리를 내어 주려하지 않는 듯하였다.
비가 많이 내리고 강풍이 예보돼 있어 레이네 브링엔(Reinebringen)에 오를지 고민하고 계신 김형제님
강풍과 비가 내리치는데 커다란 백팩을 메고 산을 홀로 오르는 여성분이 계셨다. 서양인이었는데 참으로 강인해 보였다. 물론 곧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내려오긴 하였지만
마을 어귀로 돌아오니 그제야 비가 그치기 시작하였고 레이네는 짙은 구름품에 안기어 우릴 반기고 있었다. 뒤에 따라오던 외국인 청년들 한 무리도 우리 곁을 지나서 갔다. 말을 걸어보니 앳된 백인 젊은이 들있는데 캐나다, 프랑스, 호주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는데 SNS에서 만나 함께 하게 된 그룹이었나 보다. 우리에겐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할까 말까 이 여행을 이 친구들은 옆동네 가는 분위기로 오니 젊음이 부러웠다. 그들의 수가 워낙 많아 우리 숙소로 초대하긴 힘들어 그들과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날씨도 쌀쌀하고 아침에 제대로 일정을 소화하지도 못한 우리에게 점심식사로는 라면이 딱이었다. 가져온 라면을 끓이면서 간 소고기를 오븐에 구어 함박스테이크처럼 만들어 라면에 고명으로 얹어 먹으니 이 쌀쌀한 날씨에 약간 가라앉은 우리 마음을 위로해 주기에 딱인 음식이 되어 우린 서로를 쳐다보며 일품이라 격려해 가며 맛있게 먹었다. 빠지면 안 될 라면에 밥 말아먹기로 마무리하면서 말이다.
점심은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먹기로 하였다. 준비해 온 간 소고기를 오븐에 구어 고명삼아 먹으니 든든한 점심식사 한 끼가 되었다.
오후에는 램버그(Ramberg) 해변에 들리기로 하였다. ChatGPT에 문의해 보니 Ram은 양이란 뜻이고 berg는 산, 바위란 뜻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과거에 양을 많이 쳤었을까? 바람이 많이 불고 쌀쌀하고 비는 오지 않았지만 안개와 구름이 왔다 갔다 하였다. 그 와중에 무지개를 하늘에 드리우기도 하였다. 걷다 보니 해변가 끝으로 무지개가 뜬 것인데 로포텐제도는 기상현상의 모든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날씨. 이것이 바로 해양성 기후인가?
구름과 안개는 무지개를 하늘에 드리웠다.
Y와 J 자매가 파도와 놀다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가에 서 있다.
물가가 너무 비싼지라 모든 식사는 우리가 다 숙소에서 해서 먹었고 카페도 들리지 않다가 라이텐 트레일에 다녀온 날 우린 처음으로 Anita's Sjømat 에 있는 카페에 들러 달달한 간식과 커피를 마셨고 그곳 풍경이 아름답고 그 풍경을 품은 카페의 전망이 좋아 그 이후로도 한두 번 더 들렸다.
Anita's Sjømat 입구, 고래고기도 파는 해산물 마트면서 카페 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유일하게 이곳에서 커피를 사서 마셨다.
Anita's Sjømat 해산물가게에 진열된 말린 대구 머리
또 현지에서 신선한 식재료가 필요해 마트에 들렀는데 마트 주변 풍광이 빼어났는데 이곳 주민들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시장을 보러 다니니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 마트가 내려앉았다. 우린 여기서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하였다.
현지 마트에서 산 대구와 어묵을 이용한 대구탕이 석식 요리로 등장한 날, 다들 기대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포텐 제도에서 칠일째 되는 날은 아침부터 날이 맑았다. 다음 날이면 오슬로로 가야 하였기에 마지막에 해당하는 여정이었는데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위로라도 해주듯 날은 무척이나 좋았다. 아침식사 전 레이네 마을의 뷰포인트에 가보니 아침 햇살에 레이네는 환한 미소로 우릴 반겨주는 듯하였다.
강풍과 비바람이 그치고 맑은 하늘이 다시 드러난 아침 레이네 마을 어귀의 뷰포인트에서 다시 바라본 전경. 매번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여인과 같았다.
우린 아침 식사를 끝내고 오전에 누스피오르드(Nus Fjord)를 방문하였다. 비교적 옛 모습이 잘 보존된 어촌 마을인데 로포텐 제도에서 가장 오래된 어촌 중 하나라고 한다. 외형을 잘 보존하였고 내부는 현대적으로 가꾸어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 목록에도 포함된 적이 있다고 한다. 어부들이 어업활동할 때 일종의 작업실이자 임시 휴식처인 전통적인 로르부(Rorbu) 일부를 숙박 시설로 변경하여 로포텐의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곳에 다다르는 길이 또한 아름다웠는데 가는 도중 곳곳에 내려 감탄을 자아내고 사진을 찍고 자리를 뜨지 못한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누스피오르드 가는 길에 경치가 좋은 곳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오던 길을 돌아보았는데, 아련히 이어지는 길이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여행 중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누스피오르드 가는 길 곳곳이 절경이다. 가을색이 완연한 산등성이와 관목이 된 자작나무들
누스 피오르드 가는 길에 만난 멋진 주변 풍광과 이에 어우러지는 길, 그리고 키 작은 자작나무들
누스피오르드는 가꾸어진 관광지인 탓일까? 주차부터 마을 진입하는 모든 것에 비용을 지불하여야 했다. 식사도 다 손수 해 먹고 어딜 가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돌아다닌 것에 익숙해진 탓일까? 우린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기보다 멀리 떨어진 마을 어귀에 무료로 주차해 놓고 비용을 내야 하는 마을 진입을 포기하고 마을 뒷산으로 올랐다. 자그마한 아기동산 같은 뒷산을 오르니 작고 예쁜 마을의 전경이 모처럼의 맑은 날의 햇살을 받아 화사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누스피오르드 작은 마을 전경. 전통 어부들의 시설들이 예쁘게 칠해져 가을 햇살을 받아 화사하게 자태를 드리운다.
누스피오르드를 따라 들어온 바다.
동산에서 피오르드와 마을을 다 감상하고 주차된 곳을 향해 내려오는데 햇살은 여전한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큰 비는 아니었는데 옅은 안개와 비가 지나가듯 몰려왔다. 그 덕분인지 마을 어귀 쪽으로 완전한 무지개가 떴다. 이곳에 와서 이삼일에 한 번꼴로 무지개를 보는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보다 더 넙데데하고 일곱 가지 색도 더 분명하게 갈라지는 것 같았다.
누스피오르드를 감상하고 내려오는 순간 역시 로포텐제도 아니랄까 봐 오전 내내 맑았던 날씨를 무시하고 후드득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마을 어귀로 무지개가 솟았다.
한국에서 보는 것보다 넙데데한 무지개, 색의 갈림도 분명하게 느껴지는데 사진으로는 다 담아내질 못했다.
땅에 닿는 두 땅끝을 포함해서 무지개 전체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마치 우리의 로포텐 제도 여정의 끝을 축하해주기라도 하듯 무지개가 그렇게 솟아올랐다. 이렇게 로포텐제도 여정의 마지막 밤을 향한 여정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