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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수 있을까?

5년 연애 후 파혼, 그리고 우울증 <파혼이유>

by HNY

연애하는 동안

처음엔 너무 좋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2년쯤엔 이 사람과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다.

3년쯤엔, 이 사람이 왜 결혼이야기를 안 하지? 싶었고,

4년 차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옅어졌다.

그런 시기에,

결혼 적령기가 되었다.


'이제는 해야지'라는 그의 대답에,

나는 실망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는

남자가 적극적으로 리드하는데

이 사람의 대답은 왜 이럴까?'


나와 결혼을 사랑해서가 아닌

그냥 남들이 하니까 하는 것처럼 느꼈다.


부모님의 반대로 2년이란 시간을 더 보냈기 때문에,

그가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부모님께 말해주길,

허락을 직접 받아내길 바랐다.


부모님께 확신을 주기 위해서

언제 정식으로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해 추석에 인사 오는 것으로 이야기했는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느린 사람이라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속에서 천불이 나고, 화가 났다.


여차 저차, 정식적으로 인사를 하는 날도

식당을 결국 내가 찾아보았고,

그 식당에서 결혼에 대한 승낙을 받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부터.

이게 맞나?

그 후에 결혼준비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그 사람은 천천히 1월부터 우리의 속도로 알아보자고 했다.

'재촉하면, 더 싫어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서 기다려주자.'

생각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그런데,

남동생의 여자친구가 먼저 식장을 알아보고,

날짜를 정해 왔다.


이게 또 다른 파국이 되었다.

속에서 너무 화가 났다.


'지들이 뭐라고, 우리가 승낙받았는데

왜 지가 먼저 식장을 잡고,

날짜를 받아 오지?'

새치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빼앗긴 기분.


그 기분을 말하니,

엄마는 '너희가 준비를 빨리 하지 않아서'라며

질책을 했고,

억지로 결혼준비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하기 싫었다.


1월에 상견례를 하고,

상견례 준비를 하는데 그 사람의 모습이

여전히 엉성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화가 나고, 답답하고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그와 동시에

경제적인 이야기를 하면 피하던 그 사람.


자존심 때문에 이야기하기 싫은 것은 알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해서도 같이 그리고 싶어서,

조금 더 안정적인, 돈은 없어도

희망찬 미래에 대한 계획을 나누고 싶었다.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

'그저 알아보고 있다'고만하는

그 사람과 2월에 크게 싸웠다.

'지금 현재에 안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저 사람이 과연 나를, 나와의 가정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렇게 가치관의 문제라고 여기고,

2주 정도 시간을 가졌다.


그 후에 혼자 여행을 다녀오는데,

이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결핍과 나의 가족 간의 상처들과 나의 나쁜 습관 때문이라고.

내 탓을 했다.


'그 사람은 순수하고, 정이 많고,

그저 바보 온달 같은 사람이니까라며

부모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니까

괜찮을 거야.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하면서

나는 나를 납득시켰다.


그렇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잘해야지, 내가 더 참고 사랑해야지.' 하며 했던

나의 다짐을 얼마 못 가서 또 폭발해 버렸다.


다시 결혼 준비를 진행하면서

신혼여행을 정하는 문제에 닥쳤다.

나는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없었고,

그는 해외를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딜 가도 상관없다고 하며

여행지를 둘 다 정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 정. 장. 애'는

결혼식장 정하는 것과

신혼집을 구하는 것과

직장을 정하는 모든 것에서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 후에 내가 있는 지역으로 오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그뿐이었다.


살고 싶은 지역도 내가 원하는 곳,

하고 싶은 일도 없었던 그,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데로 맞추어 준다는 그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 모습이, 둘 다 너무 답답했다.


또,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을 느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맞을까?'

'이렇게 진행하는 게 맞는 걸까?'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돌아왔다.


'결혼 후에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결혼하고 나서 살면서 이렇게 자꾸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의 사소한 부분부터 단점만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결혼하려고 정했으니, 진행 중이니까 해야 해.' 라며

다독이며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했다.


그렇게 웨딩 촬영날,

결혼반지를 아침에 씻고 화장실에 두고 왔다.


그럴 수 있지 하고,

재밌게 촬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 난 차량으로 인해서 다투게 되었다.


어린 외국인 친구가 사고가 났고,

우리 차에 밑에 범퍼가 끼었다.

처리하고, 외국인 친구를 도와주는 와중에 무례한 레커차와 다툼이 있었다.


그곳에서

내편을 들어주지는 않고,

그 사람은 내가 잘못했다고 했다.

그러한 부분은

우리 부모님에게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날 나는 무척이나 실망했고,

화가 나서 30분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람 또한 말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더 해주었으면 싶었는데,

그 모습이 밉고 싫었다.


모두들 결혼 준비하면서

많이들 싸운다고 하던데,

이러한 이유도 포함이 되는 것일까?

아직도 궁금하다.


그렇게 마음에 쌓인 상태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중에

이 사람이 갑자기 11월에 그만두는 것보다

지금 직장을 이번달까지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떠냐,

이전에 나는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하긴 했었지만,

결혼식 끝나고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 계획에 맞추어 진행 중이었다.


그 사람의 생각을 돌리려고 했지만,

본인은 그만두는 게 맞다 생각한다고 하고,

싸우기 싫어서 생각대로 하라고 했더니,

그달을 마지막으로 그만두었다.


그렇게 나의 의욕은 더 상실이 되었고,

두려움은 더 커져만 갔다.


'과연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미래에 지어야 할 짐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잡아먹히고 있었다.


그만두고 난 후,

나는 내심 그 사람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생활을 준비할 줄 알았고, 기대했다.

잘 준비하기를.


하지만,

그 사람은 자기의 도시를 떠나야 하기에

자유롭게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다.


없던 약속이 더 많아졌고, 더 자주 만나러 나갔다.

자격증 공부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밀어 두는 것처럼 보였고,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때, 나는 저 사람은 나와의 결혼생활을 준비하기보다는

자기가 누리지 못할 그리워할 사람들과 추억 쌓기를

더 좋아해 보였고,

그 모습이 이해가 가면서도,

책임감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점차

파혼할 이유를 찾았고, 결정했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 이렇게 아파할 것을 알았다면,

저러한 상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텐데라며,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그저 내가 책임감이 없었다.

답은 나에게 있었다.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해 이렇게 후회를 하고 있으니,

나의 감정은 더욱더 우울해져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이 그립고,

사랑했던 순간들만 생각나고,

옆에 있던 그 존재가 너무 고맙고, 미안하기만 한 지금

'그냥 진행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도,

지금도,

왜 나는 내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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