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뜬 무지개는 늘 비현실적이었다. 닿을 수 없고 오를 수 없어 볼 때마다 꿈을 꾸는 듯했다. 그런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아스팔트 바닥의 무지개는 현실적이었다. 꿈이. 행복이. 희망이. 그 어디도 아닌, 두 발로 딛고 있는 이 땅에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듯했다. 그리하여 눈앞의 무지개에 이름을 붙였다. 아파트 주차장 한복판에 활처럼 둥글게 구부러져 있으므로 '지궁(地弓).'
잠시 비가 내려서건. 파인 바닥에 물이 고여서건. 물방울들이 에어컨 실외기 밑으로 떨어져서건. 무지개가 땅에 생긴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