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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슴푸레 Sep 11. 2024

땅에 무지개가 떴다

  -와! 무지개다.

  나의 외침에 남편의 고개가 주차장 노면으로 떨어졌다.


  -너무 예쁘다. 사진 좀 찍어 줘.

  -으이그. 남의 차 주차하고 있는 앞에서 꼭 그래야겠어?

  - 끝난 거 같고 무지개만 담는 건데 왜애~ 어서!

  -흠. 기다려.

   찰칵.


  하늘에 뜬 무지개는 늘 비현실적이었다. 닿을 수 없고 오를 수 없어 볼 때마다 꿈을 꾸는 듯했다. 그런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아스팔트 바닥의 무지개는 현실적이었다. 꿈이. 행복이. 희망이. 그 어디도 아닌, 두 발로 딛고 있는 이 땅에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듯했다. 그리하여 눈앞의 무지개에 이름을 붙였다. 아파트 주차장 한복판에 활처럼 둥글게 구부러져 있으므로 '지궁(地弓).'


  잠시 비가 내려서건. 파인 바닥에 물이 고여서건. 물방울들이 에어컨 실외기 밑으로 떨어져서건. 무지개가 땅에 생긴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


  오늘의 고단함이 반원의 무지개로 사라지는 것이 중요했다.
  하늘이 아닌 바로 이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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