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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는 끝이 아니에요

by 어슴푸레

12월 첫날. 미인정 유예 신청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교감 선생님, 학부모 대표, 진로 선생님, 경찰관이 배석한 위원회에서 아이와 최종 의사를 표시했던 날이 떠올랐다. 7월 셋째 날이었고 모든 절차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 허탈했었다.


그 주. 상담을 마친 아이가 상담실에서 나오고 뒤 이어 똑똑. 노크를 하고 들어갔을 때 많이 속상하시죠 한마디에 눈물이 터졌고


-낭떠러지는 끝이 아니에요. 능선과 이어져 있어요.


상담 선생님의 연이은 위로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었다.


그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되는 데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학교 밖. 아이가 보호받고 누릴 수 있는 것은 적지 않았다. 꿈드림이라고 하는 학교 밖 지원 센터에서 진로 탐색, 자기 계발, 봉사활동 등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고, 서울시에 지원하는 서울런을 통해서는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또 지역 도서관에서 타 기관과 협업으로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는 견학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었고, 회복나눔네트워크와 연계된 청소년 카페에서는 일정 비용을 내면 디지털 드로잉을 배울 수도 있었다.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를 보면서 학교 밖은 위험하다는 신념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그러는 중에 생각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청소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그리고 새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낭떠러지는 끝이 아니었다. 능선과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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