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떡 세알

by 한아



토요일 오후,

외할머니 댁에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먹다 남은 꿀떡 세 개를 싸들고 온 장중딩.

아마, 같이 오지 않은 귀한 딸(장중딩 에미) 먹으라고 울 엄마가 고이고이 싸준 듯하다.

이따가 먹어야지...

우리 집 두 남자들의 출입이 가장 뜸한 세탁실 세탁기 위에 올려두었다.


직장은 토, 일 휴무라도 있지, 이놈의 '집장'은 월화수목금금금금...........이니,

저녁노을만 봐도 울컥하다 기어이 꺽꺽... 하고 마는 갱년기 초입의 '집장인'은

토요일 저녁 무렵이 되면 왠지 모를 서러움과 고단함에

하릴없이 엄마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때.,, 아 참! 울 엄마가 준 꿀떡을 먹어야지.

아껴놓은 꿀떡을 꿀떡꿀떡 삼키며 그 달콤함으로 서러움과 그리움을 상쇄하리라.

침을 꼴딱 삼키며 세탁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없다.

둥지 안에 새알 세 개처럼 하얗고 동그랗게 옹기종기 모여있던 꿀떡 세알은 온데간데없고

시커먼 세탁기 위엔, 얄밉게도 휑하니 허연 스티로폼 접시만 남아있었다.


내 꿀떡 누가 먹었어!!!!

어? 그거 한 개만 먹으려고 했는데, 하나 먹으니까 너무 맛있는 거야.

그래서.. 못 참....

너만 입이야!!?? 너는 할머니 집에서 먹었다며!


나는 사흘 굶은 아이가 밥숟갈을 뺏긴 듯이 분노했다.

그리고!!! 이 자슥아! 먹었으면 쓰레기를 버려야 할 거 아냐!

다 먹은 빈 껍데기를 왜 그대로 올려놓는 건데!!


꿀떡 세알에 포효하는 엄마를 보는 장중딩의 눈빛이 말한다.

또또또... 시작이다. 울 엄마의 급발진.

눈치껏 음량을 줄이고 자세를 낮추고.

살금살금 세탁실로 기어가 접시를 쓰레기봉투에 집어넣고.

그리고 다가와 새새거린다.


알았어. 미안해. 엄마.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어?

너, 밖에서도 니가 먹은 쓰레기 저렇게 고대로 놓고 몸만 쏙 빠져나와? 엉? 그래???

아냐, 밖에서는 안 그래..

집에서 습관이 안되어 있는데 밖에서 잘할 것 같아?

어우 참, 나 먹은 거 잘 치워. 진짜라니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거야. 똑바로 해!

음... 엄마.

왜!!!!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으로 들고나가면 안 되지.

......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저 시끼는 진짜.. 이런 순간조차.. 푸후후훗.....


나는 오늘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주 많이.

다 먹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은 무성의함과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한 무절제함과

엄중한 훈육의 순간조차 반성하지 않고 장난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꿀떡을 못 먹어서가 아니다.

울 엄마가 나 먹으라고 준 맛있는 꿀떡을 못 먹어서가 아니란 말이다.

맹세코.





안녕하세요.

한동안 멈춰있던 장중딩의 언어유희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장중딩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니, 그저 잘 지낸다고 하기엔 실은,

꽤 다사다난, 파란만장 하긴 합니다.


그 '다사와 파란'을 함께 겪고 있는 장중딩의 에미 역시

지 인생 하나도 버거운데,

에미라는 이름으로 의연한 척 까지 하기가 버거워 용을 쓰고 있습니다.

하여, 글이 뜸해졌음을,

혹시라도 기다리시는 작가님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여러 가지 일들에 기가 죽을 법한데도,

장중딩은 여전히 깨발랄하고

그의 입담...(.이라 쓰고, 언어유희라 생각하고, 조동아리라 읽겠습니다.)은....

여전히 기발하고 능청스럽습니다.

생존신고 겸, 얼마 전 주말에 있었던 짧은 에피하나 투척합니다.


장중딩은 오늘부터 기말고사를 시작했습니다.

1학년의 마지막 기말고사 첫날부터 혈압이 오르는군요.

당분간 김이 빠지지 않아 터질 듯한 압력밥솥을 머리에 이고 돌아다닐 듯합니다.

왜 시험은 지가 보는데,

나만 안달이고, 저는 천하태평인지.

풍년 압력밥솥 사장님께 전화라도 한통 때려봐야겠습니다.




이미지 사진 출처 : https://blog.naver.com/mitsru79/22247697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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