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만 되면 초조해지는 이유
반찬 투정하지 마세요
엄마들은 아침 일찍부터 옹기종기 삼삼오오 모여든다. 커피 마시고 밥 먹고 침이 튀도록 수다를 떨다가도 그 시간만 다가오면 초조하고 불안하다. 걱정도 한가득 앞선다.
"뭐해 먹지?"
직장인 엄마들은 퇴근이 아니라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업무 못지않게 까다로운 저녁 메뉴는 깐깐한 직장 상사의 결재 사인받는 것보다 식구들의 입맛 맞추기가 더 까다롭다.
"뭐해 먹지?"
어쨌든 마트에 들른다. 딱히 정해진 메뉴도 없는데 일단은 간다. 카트 기를 끌고 배회를 한다. 어느새 카트 기는 꽉 차 있다. 헉,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장 봐온 것들을 꺼내놓았다.
"뭐해 먹지?"
여러분, 오늘 저녁 메뉴는 뭔가요?
하나만 풀어주시죠?
어머니가 밭에 심어 놓은 무를 뽑아다가 김장 때 배추 켜켜이 넣어두고 남은 무청은 줄에 걸어 말렸다. 이슬 맞고 바람 쐬고 햇볕 쬐며 까슬까슬하게 제대로 된 시래기로 대변신했다. 언젠가 먹어 본 시래기밥이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시래기밥이다.'
시래기를 푹푹 삶아 헹굴 때 겉껍질을 벗겨내어야 한다. 껍질이 은근히 질기다. 다 헹군 시래기는 물기를 꼭 짜내고 잘게 썰어준다.
양념장(조선간장, 진간장, 생수, 마늘, 부추, 양파, 땡초,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만든다. 부추, 양파가 없어도 맛에는 지장이 없으니 굳이 마트로 발길을 돌리지 말길 바란다. 양념장을 한 숟갈 떠서 쓱쓱 비벼 조미김이 아닌 살짝 구운 마른 김에 싸서 한입 가득 베어 물면 달다 달아.
모두 모두 맛난 식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