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강남 개발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1975년 '강남구'를 신설하고 '부동산억제세 면제'와 '한강 이북 택지 조성 불허'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와 동시에 추진한 것이 한국 사회의 교육열을 역이용한 명문고 이전 조치였다. 명문고 이전은 명문고 선호 심리를 이용한 인구 유입 방안이었던 셈이다. p.93
강남 개발을 목적으로 단행된 명문고 이전은 정치적 성향이 짙은 듯하다. 타의에 의한 자의성이라고 할까? 1974년 서울 지역에서 시행된 고교 평준화와 학군제가 실시되면서 명문 고등학교가 강남으로 대거 이전을 했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고 한다. 그 반면 대학은 경기도나 먼 지방으로 분산시켜 운동권 세력을 약화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지방으로 확대시키는 꼴이 되었다.
강남 초기 거주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들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지 않은 곳이 있을까.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도 혁신도시가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봄이면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으로 벚꽃 나무가 줄지어 마차 타고 달리는 상상을 했었는데 넓게 확장된 도로가 그 길을 집어삼켜버렸다.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인 들녘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공기업들과 아파트가 회색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 또한 바나나 하우스와 논이 전부였다. 그 사이로 난 시멘트 길을 한참이나 걸어가야 동네가 나왔다. 90년대 초반 여학생들은 앞머리를 높이 세우는 게 유행이었다.(우리 동네에선ㅋㅋ) 아침밥은 안 먹어도 앞머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세워야 했다. 스프레이까지 뿌려 공들여 세운 머리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침 이슬을 맞아 꺼지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랬던 동네가 지금은 푸르지오, 해모로, 엠코, 힐 스테이트가 떡하니 자리를 잡았고 잘 닦인 주택 단지가 조성되었다. 얼마 전에는 평당 1300만 원대 아파트가 분양되었다. 강남에 비하면 껌값이지만 강남 못지않은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교육 열기 또한 만만치 않다. 한강처럼 도시를 가로질러 강이 흐른다.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인구가 몰려드니 학교가 생기고 기존에 있던 학교는 더더욱 빡세게(?) 인 서울을 노린다. 공교육만으로 만족할 수 없으니 학원가 형성에도 큰 몫을 한다. 결국은 강을 건너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강남 같은 넓은 땅을 누가 그냥 두고 보랴. 자의든 타의든 몰려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