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느낀 것들
서울대학교.
모두가 학창 시절의 꿈으로 지녔을 법한 국내 최고의 국립대학이자 최대의 종합 대학이다.
나에게 언제나 서울대학교는 '드림 스쿨'이었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있는 힘껏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것 같은 꿈이었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그동안 내가 걸어온 1%의 발자취에 99%의 행운이 더해져서 기적이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더욱 뿌듯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대학교 신입생을 위한 새내기대학 행사에 참여했다. 오전에는 명사 강의 및 학교 시설 소개와 같은 필수적인 강의를 들었고, 점심을 먹은 후 조별로 간단한 게임과 팀 미션을 수행한 후 화려한 공연을 관람하는 순서였다.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오후가 되면서 서로서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조금씩 친해졌다. 특히 공식 행사 이후 뒤풀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이 총집합했다. 내가 이번 행사에서 느낀 건, 무엇보다 서울대에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친구들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친구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고등학교에서 치열한 고민과 탐색을 해 온 친구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모두 수도권 출신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친구들부터 부산, 대구, 전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안팎이면 기차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이동성이 좋아졌고, 통신 기술 또한 발달했기에, 나는 당연히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문화를 지녔을 것이라고 속단했다. 어쩌면 21세기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정말 사소한 부분이지만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묵찌, 대댄찌(편 가를 때), ABC와 같은 손으로 하는 게임을 하는 방식도 모두 달랐다.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지역별로 리듬이나 하는 말의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라서 처음 들으면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정도였다.
뒤풀이 때 서로 웃으면서 자연스레 공유했던 다른 문화였지만,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에 갇혀있는 우물 속 개구리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항상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접하면서 갇혀있는 사고를 하지 않고자 노력했고, 특히나 수도권에 살고 있기에 내가 접하는 것과 사고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고 옳은 방법이라고 은연중에 믿어왔던 것 같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한 나라 안에서도 수많은 지역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도 여러 다양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전 세계를 고려해본다면 우리는 얼마나 작은 세상, 작은 마을에 갇혀서 근시안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프톨레마이우스의 천동설을 비웃지만, 어쩌면 우리가 과거 프톨레마이우스가 범한 오류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명사 초청 강의에서는 차해리 대표님이 연사로 나섰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 것 같았다면 차해리 선수로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활약하고 계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나와서 아나운서,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걸어온 길이 정말 다채롭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순탄한 과정이 전혀 없었다. 대학교 때 진로를 명확히 정하기 못해 여러 고시에 도전했다가 모두 떨어지는 경험을 하셨고, 남들 다 취직할 때가 돼서야 아나운서라는 꿈에 도전하기 시작했지만, 공채 오디션 최종 라운드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좌절을 안겨주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실패를 겪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대표님은 꾸준히 도전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대충 살자'라는 말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단 한 번의 실패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수능에서 평소보다 한 문제를 더 틀린다는 것은 대학의 간판이 달린 문제이고, 내신 시험에서 남들보다 한 문제를 더 틀리면 등급이 완전히 뒤바뀐다. 주어진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푸는 것이 중요하지, 그 문제의 출제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보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풀이법을 떠올리는 것은 사치이다. 어쩌면 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공부 못한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다. 그 정도로 고등학생으로서 살아온 삶은 어찌 보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삶이었다. 그렇기에 쓸데없는 모험은 집어치우고 누구에게나 검증된 안정된 길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가장 유명한 1타 강사의 강의를 찾아 듣고, 남들 다 갔다는 독서실을 다니고, 수험생이면 다 푼다는 주간지를 받아서 풀고.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없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고 또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내는 곳이다. 차해리 대표는 '이제 1등 하는 삶은 끝났다'라고 말한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완벽주의의 DNA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냥 나 스스로를 내려놓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 보는 것이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창업했다.
오후 일정이 모두 끝난 후, 마지막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가수는 이하이였다.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는 직전까지 베일에 쌓여 있었는데, 가수 이하이가 등장하자마자 고요하던 강당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여러 곡을 부른 후, 마지막 엔딩 곡은 모두가 아는, '한숨'이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의 비하인드를 알면 정말 울지 않을 수 없는 감동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끝으로, 사회를 봐주신 서울대 화학교육과 출신 KBS 이승현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이하이 씨의 '한숨'에서 이런 말이 있었죠. 가끔은 실수해도 된다고. 누구든 그랬으니까.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모든 실패는 실패가 아닌 그저 실수일 뿐이라고.'
앞선 차해리 대표님의 강연과 이하이의 '한숨', 그리고 마지막 이승현 아나운서의 멘트까지. 하나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많이 도전하고, 많이 실패해 보고, 다시 일어서보는 것. 그런 경험들이 쌓여 나의 미래가 보다 선명해지고, 더 멋있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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