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선율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 순간들
피아노는 가사가 없다. 연주자의 손놀림에 따라 묵묵히 자신의 음을 드러낼 뿐이다. 모든 음이 화려하지 않아서 하나하나 힘이 있고, 과하지 않아서 쉼표의 여유가 느껴진다.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런 음악이 참 매력적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정답을 요구한다. 어쩌면 좋은 삶을 위한 정답이 있는 걸까.
‘좋다’는 것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정답자와 오답자, 아니면 그사이 어딘가에서 우리의 시간은 닫힌 결말로 끝난다. 그래서 가끔은, 발걸음을 잠시 멈춰 그 끝을 상상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 좋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화음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려고, 세상에 ‘나’라는 단 하나뿐인 음표를 남기고선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는 존재.
뻔한 결말이 기다리는 반듯한 길보다는
내일을 기대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구부러진 길을 걷고 싶다.
서점에 앉아있던 한 아이가 의자를 손으로 끌어안고 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언니의 자리를 맡아주기 위해서다. 그 순간 아이에게는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다양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이들이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듯이 우린 소중한 것들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산다.
무언가를 마음을 담아 사랑한다는 것.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류이치 사카모토.
화려한 기술보다는 음악 본연의 자연스러움과 싱거움을 찾고자, 오선지 위의 음표를 초월하여 음악이 가진 힘을 믿고 실천하는 예술가.
쓰나미가 휩쓸고 간,
그래서 물에 젖고 뒤틀린 건반으로도 곡을 연주하고,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그의 모습.
그의 음악을 듣고 글을 읽으며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가치 있는 일임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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