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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당연필 Sep 07. 2021

#11 꽃집의 최고 성수기는 언제일까?

어버이날, 아내에겐 남들보다 다소 특별한 날입니다.

어버이날, 아내에겐 남들보다 다소 특별한 날입니다.

 꽃집의 최고 성수기는 언제일까요? 졸업식과 입학식 퇴직과 승진 같은 마무리와 시작이 몰려있는 1,2월?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를 거닐거나, 케익을 나누는 12월? 아닙니다. 꽃집의 최고 성수기는 5월입니다. 생전에 꽃이나 식물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들도 1년에 한 번씩 꽃을 사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어버이날입니다. 5월은 어버이날 외에 꽃을 살만한 날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모두 꽃을 주고받는 기념일입니다.


 우리의 성수기 준비는 어버이날 2주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른 꽃집들은 이미 어버이날 꽃다발, 용돈 박스 샘플을 만들어서 인스타에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4월에 오픈해서 꽃은 얼마나 사 와야 하는지, 손님들은 어떤 식물과 꽃을 좋아하는지도 전혀 감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1년 중 꽃집의 하이라이트인 5월을 준비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카네이션을 구했습니다. 예쁜 샘플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주변분들이 많이 사주셨습니다. 또 인스타그램에 홍보가 덜 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해주셨습니다. 그 결과 어버이날 상품들이 품절되었습니다. 경영하는 시선에서 보면 품절로 인해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수요도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지 못해 기회비용 손실이 큽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어버이날 전날 아내와 나는 밤을 새 가며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아내가 돈맛을 느끼며 힘든 것도 모른 채 꽃을 만들고 있을 줄 알았지만, 아내의 표정에 웃음기가 없었습니다.


인기 많았던 코랄색 카네이션 포트와 용돈 박스


 아내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사랑합니다. 언니와 엄마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내와 함께하는 동안 아내는 나에게 눈물을 2번 보였습니다. 첫 번째는 결혼하고 신혼집에서 보내는 첫날입니다. 자기 전 아내는 침대에 누워 서글프게 울었습니다. 두 번째는 매운 낙지를 먹으며 울었습니다. 아내는 매운 낙지를 좋아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매운 낙지를 좋아해 자주 먹다 보니 좋아해 졌다고 합니다. 두 번 다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예약된 꽃들을 만들며 아내는 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오빠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난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알지. 여보 친어머니 기일이잖아” 아내가 고등학교 시절 친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어버이날 하루 전이었습니다. 아내와 결혼하고 어머니 기일에 추모공원을 한 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내가 더 잘 챙겼어야 하나, 아내는 어머니 산소에 가기보다 자신이 행복하게 살면 엄마가 기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지 않았습니다.

 어버이날의 꽃을 만들며 아내는 우울해 보였습니다. 손님들은 엄마에게 꽃을 선물하며 사랑을 전하지만, 아내는 더 이상 엄마에게 물리적으로 사랑을 전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꽃다발을 예약하며 좋아하는 손님들을 보면 아내는 더 우울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엄마는 챙기고 싶기 때문이지요. 아내는 어머니 기일이라 우울한 것도 있지만, 앞으로 꽃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게 되면, 어머니 기일을 더 이상 챙기기 어렵다는 생각에 더 우울해했습니다. 이렇게 우울한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가 슬펐습니다. 아무리 아내에게 잘해준다 한 듯 엄마의 빈자리를 남편이 채워줄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아내가 저렇게 우울할 때면 저는 아내를 그저 안아줍니다. 아내가 나에게 눈물을 보였을 때처럼


결혼 전 부산에서 찍은 셀프 웨딩사진




 아내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아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손님들이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꽃다발은 다소 특별한 꽃다발이라는 것을요.


어버이날 꽃바구니와 꽃다발 매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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