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은성 Jan 29. 2021

2021년, 첫 글.

글 쓰는게 좋았는데 일이 되어버린 지금

2020년, 가을 쯤이던가. 브런치를 시작하며 꽤? 나름 종종, 글을 쓰면서 행복감을 느껴왔다.

브런치 덕에 새로운 것도 시작했고, 브런치 덕에 작가님 소리도 들으며 말이다.

거기다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에는 정말 좋은 작가들이

많다는 것과, 각자의 여러 사연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 쓰고 읽는 게 너무 좋고 여기에 쓰는 글 뿐 아니라 수기로 쓰는 글도 좋아하기때문에

메모도 많이하고 일기도 매일 적는 나였다.

그런 글쓰기 행위가 제일 좋은 것은, 나 자신에게 제일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위해, 혹은 경쟁하기 위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냥 오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속 시원히 털어 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서.

/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백수였다.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그만둘 쯤이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결국 이도저도 못한 상황이었다.

살면서 아르바이트도 안하고 정말 아무 일도 안하고 오로지 나의 쉼을 위해 쉰 백수기간은 

처음이라서 어색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무섭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6개월 간에 백수생활에서 얻은 건, 나의 30년 평생 동안 몰랐던 내 마음과

내 자아(에고). 


그 과정들을 지나 나는 지금 마케팅 회사 컨텐츠 팀에서 일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회사원이라니. 사무직이라니.


나는 예전부터 활동적이고 관심있는 거 빼고는 다 관심 없던 애.

예술을 해왔고, 지금도 예술가라고 여기는 애.


즉, 내 인생에 족쇄같은 사원증을 차고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사원증이 누군가에게는 보물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20대 초반에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던 중소기업에서의 기억도 끔찍했기때문에 더욱이 그랬다.

그때 나는 23살 쯤 되었는데, 학교를 졸업하고 방황하던 시기였다.

당시는 나름 혁명적이던 구로디지털단지에 빽빽히 들어선 IT계 회사 중 하나였는데

핸드폰에 연결할 수 있는 USB같은 것을 개발하는 곳이였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슬라이드나 폴더폰을 사용할 때 였는데 가히 혁명적인 개발품이었다.

한번은 우수 중소기업으로 뽑혀 국회의원이 와서 사진을 찍어대고 인터뷰를 했는데

아르바이트생인 나에게 자꾸  힘든 일 없냐면서 말을 시키고 그 상황을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고.. 진짜. 말 그대로 설정컷, 보이기 식 행동. 내가 제일 제일 싫어하는 것들...

얼굴 팔리고. 아무도 나서서 상황을 저지해주지않았다........

왜 나한테 이래?


아, 그리고. 제일 끔찍했던 건 그 당시 함부장이다.

부장이 집에 안가면 나머지 직원들도 퇴근하지 못하는 진짜 뭣같은 시스템.

그래놓고 억지로 회식자리에 데려가질 않나, 야근하는 여직원에게 끝나고 어디술집으로 오라며 콜을하고

본인 집까지 택시를 태워 데려다주는걸 원하기 까지.

별 진짜 또라이 같은 부장새끼.


나는 알바라서 나에게는 말도 안시키긴 했지만 내가 대신 열받아서 몇마디 까댄 적은 있었다.

나는 무서울 게 없는 잘리면 그만인 아르바이트 생이기 때문에. 허허

어떻게 보면 그냥 길거리 배나오고 못생긴 아저씨 주제에 그 자리를 권력삼아

사람들에게 행동하는 꼬라지 하고는. 그렇다고 일은 잘해?

와서 맨날 코골고 조는 주제에. 아 글쓰다보니 얼굴이 생각나서 열받는다 망할새끼.

나한테 직접적으로 행동하진 않았지만 당시 직원 언니들이랑 친했던 터라 너무 화가 났었다.

여튼, 그런 상황들을 보고 있자니 나는 더욱이 사무직은 할 수가 없겠다고 결론지었었다.


출근길에 그 족쇄같아 보이는 사원증을 차고 웃는 사람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 회사에 취업해 회사원이 되었다.


이제 갓 한달이 되어가는데 이 시스템에 나름 적응하고 있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자유로운 나의 글이 아닌 마케팅을 위한, 돈벌이를 위한 글을 쓰고 있으니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알 수가 없다.

활동적이던 내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다리는 퉁퉁 붓고, 배에 가스가 찬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이 곳에서 일 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글 쓰기 전, 하얀 백지상태를 매우 좋아한다.

깨끗한 하얀색에 까만색의 나의 생각들을 죽죽 적어내려가다보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도 열에 맞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배움에는 경험에는

무언가 남는다는 것.


10년 전 앓았던 헤르페스가 도질 정도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힘을 내보련다.







작가의 이전글 서랍 속에 꾹꾹 눌러왔던 마음을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